14일 프로야구 한화는 대전 두산 베어스전에서 19연패 위기를 모면하고 2연승을 달렸다. 한화 주장 이용규(35·사진)는 14일 저녁 경기에서 4타수 1안타 1타점으로 활약하고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인터뷰 마이크 앞에 선 그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하던 이용규는 아나운서의 마지막 질문에 한참 말을 잇지 못했다. 간신히 입을 뗐지만, 목이 메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KBO리그 사상 최다 연패 타이기록(18연패)을 세우는 동안 얼마나 힘들었을지 짐작 가는 대목이었다.
연패 마음 고생, 이기고도 사과
이용규는 충남 서산에서 육성군과 훈련했다. 그는 야구 인생에서 가장 절실하게 준비했다. 그의 노력을 본 동료 선수들이 그를 주장으로 뽑았다. 이용규는 그런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서 타격폼을 수정했고, 팀 결속력을 위해 ‘엄지척’ 세리머니도 만들었다.
지난달 시즌 개막 직후에는 먼저 나서서 볼 판정에 관한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선수는 물론 감독도 쉽게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이용규는 오락가락 볼 판정으로 맘고생이 큰 선수들을 위해 소신 발언을 했다. 그런 그의 열의에도 불구하고 팀 성적은 계속 떨어졌다. 그는 “연패가 길어지면서 고참인 내 잘못 같았다. 내가 뭔가 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 그런 상황을 이겨내지 못해 후배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용규는 후배들을 묵묵히 지원했다. 그런 선행이 이번 연승에서 빛났다. 14일 낮 재개된 서스펜디드 게임(원래 13일 경기)에서 끝내기 안타를 친 노태형(25)이 이용규가 만든 걸작이다. 이용규는 1월 사비를 들여 2군에 있던 노태형의 오키나와 훈련 비용을 지원했다. 노태형은 “이용규 선배에게 큰 도움을 받았다”며 감사했다. 이용규가 있어 노태형이 있었고, 연패 탈출도 가능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