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인인사이트] 돼지고기도 온라인에서… 코로나로 바뀐 커머스의 네 가지 풍경

중앙일보

입력 2020.06.15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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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내일을 위한 지식플랫폼, 폴인의 추천
코로나19 위기 와중에도 성장하는 산업이 있습니다. 바로 온라인 커머스입니다. 온라인 커머스 업계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아니라 늘어난 주문량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폴인인사이트]

 
코로나19 이후, 다음 10년은 지금 무엇을 준비하는가가 승패를 가를 것이라 예측됩니다. 실감성(tangibility)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SSG닷컴 장유성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제시하는 소비 패턴의 변화와 대응 전략을 일부 공개합니다.
 
 
※ 이 스토리는 폴인의〈코로나 이후, 커머스의 미래 - 판이 커졌다, 이젠 감각의 싸움이다〉의 1화 중 일부입니다. SSG닷컴 장유성 최고기술책임자(CTO) 의 강연을 텍스트로 옮겼습니다.
 

“비대면 온라인에서 상품을 판매할 때 오프라인에서 할 수 있는 경험을 어떻게 옮길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합니다. 온라인에서 물건을 팔 때 가장 중요한 건 커머스 플랫폼에 대한 ‘신뢰’입니다.”

 

지난 4월 29일 열린 폴인 온라인 컨퍼런스 〈코로나19, 다음 10년이 지금 결정된다〉 커머스 세션에 참여한 장유성 SSG닷컴 CTO는 "이커머스 판이 양의 전쟁에서 질의 전쟁으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폴인

돼지고기도 온라인에서… e커머스 구매 패턴의 4가지 변화

 
코로나19 만큼 전파력이 강하면서 단시간 내 사망률이 높은 질병은 별로 없었어요. 이전보다 세상이 촘촘하게 연결된 데다 공유경제가 발달한 게 큰 영향을 미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언택트(untact)', 비대면이 일상화됐어요. 만나길 꺼려할 정도로요. 저는 올초 SSG닷컴에 합류했는데요, 코로나 이후 고객의 구매 패턴에도 4가지 변화가 뚜렷하게 보였습니다.
 
첫째, 객단가가 높아졌습니다. 객단가는 쉽게 말해서 고객 한 명이 하나의 바구니에 담는 양인데요. 이것이 전보다 많이 늘었습니다. 특히 신선식품의 주문량이 많이 늘어났어요. 기존에 SSG닷컴을 사용하던 고객들이 더 많은 돈을 썼다고 볼 수 있겠죠. 얼마나 늘었는지 구체적인 매출 데이터를 공개하긴 어렵지만, 성장률이 66% 가량 됩니다. 굉장하죠.
 
둘째, 신규 고객이 많이 늘었습니다. SSG닷컴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비슷한 서비스를 함께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SSG닷컴만 쓰는 게 아니라 쿠팡도 쓰고, G마켓도 쓰는 거죠. 선택의 폭이 넓다는 말입니다. 온라인 구매가 늘어나면서 유사 서비스 여러 개를 사용하는 고객이 늘어난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셋째, 구매 물품이 다양해졌다는 건데요. 기존에는 온라인에서 잘 나가지 않던 물건들이 팔리기 시작했어요. 대표적인 게 앞서 말씀드린 신선식품인데요, 육류 판매 데이터만 봐도 증가세가 느껴집니다. 육류 같은 게 판매가 갑자기 늘어날 요인이 거의 없는 품목입니다. 돼지고기 일주일에 한 번 먹던 걸 갑자기 두번 세번 먹지 않잖아요. 오프라인 구매 수요가 유입된 거죠. (중략)
 

적응을 위한 3가지 키워드 : 통합, 경험, 효율

 
코로나19는 변화의 신호탄을 쏘아올렸습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서로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는 계속 두고 봐야겠지만, 변화의 계기가 생긴 것만큼은 틀림없죠. 방향성 차원에서 몇 가지 키워드로 정리했습니다.
 
① INTEGRATION vs SEGMENTATION
 
첫째, 세분화(segmentation)하기 보다 하나로 통합(integration)하는 게 대세가 될 겁니다. 오프라인 비즈니스에서는 공간과 물건이 굉장히 직관적이고 원초적으로 나뉘어져 있어요. 슈퍼마켓 가면 식료품을 사고, 백화점 가면 패션 상품을 사고 하는 식으로 공간에 따라 사는 게 구분이 되어 있죠. 한 공간 안에도 구분이 되어 있어요. 백화점을 생각해보세요. 지하는 푸트코트, 1층은 명품, 2~3층은 여성, 4~5층은 남성 이렇게 명확하게 나뉘어져 있잖아요. 이렇게 구분이 명확한 이유는 습관을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온라인은 상황이 꽤 다르죠. 스크린이 아무리 커진다고 해도 볼 수 있는 게 한정적입니다. 특별한 목적이 없더라도 그냥 들어오는 경우도 많고요. 그래서 어디에서 무슨 상품을 파는지 하나하나 알려주기보다는 하나의 통합된 플로우를 제공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물건을 사고 싶다고 하면 배송까지 쭉 가게 하는 거죠. 사용자가 단순하고 편하다고 생각하도록 해야 해요.
 
② EXPERIENCE over QUANTITY
 
둘째, 양보다는 경험이 중요합니다. 그동안 한국 이커머스는 양을 추구해왔어요.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하는 데 열을 올렸고, 이들을 잡기 위해 더 많은 상품을 갖추는 데 집중했습니다. 사이즈를 키우는 과정에서 필요한 부분이지만, 이 과정에서 여러가지 문제가 생기기도 했죠.
 
이제 양의 전쟁에서 경험 전쟁으로 넘어갔어요. 예를 들어 볼게요. SSG닷컴도 새벽배송을 하는데요, 해 보니 배송 상 문제만 생기는 게 아니었어요. 가장 대표적인 게 신선도 문제였죠. 고객들이 '상한 식품이 배달됐다'고 CS를 합니다. 왜 상한 식품이 배달된 걸까요? 아니, 진짜 상한 식품이 배달된 걸까요?
 
슈퍼에서 신선 식품을 구매할 때는 소비자가 들어보고, 만져보고, 돌려보고 하잖아요. 그런데 온라인에서 그런 걸 할 수가 없죠. 물론 업체도 노력을 합니다. 기준을 가지고 신선하지 않은 상품을 선별하죠. 그런데 이게 참 어려워요. 업체에서 신선하다고 생각하는 기준과 고객의 기준이 다를 수 있거든요. 기업의 기준과 실제로 제품을 선별하는 직원의 기준도 다를 수 있고요. '충분히 신선하다'고 선별된 제품도 고객 입장에선 '충분히 신선하지 않다'고 느낄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비대면 온라인에서 신선식품을 판매할 때 오프라인에서 할 수 있는 경험을 어떻게 옮길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합니다.
 
온라인에서 물건을 팔 때 가장 중요한 건 신뢰입니다. 신선식품을 팔 때만 그런 게 아니에요. 뉴발란스 운동화가 인기잖아요. 20만원 정도 하는데, 온라인에서 6만원에 판다고 해봐요. 이건 정품이 아닐 가능성이 높죠. 그런데 18만5000원이면 어떨까요? 오프라인이면 상품에 붙은 택도 보고 할텐데, 그게 불가능하죠. 이럴 때 중요한 게 커머스 플랫폼의 신뢰입니다. SSG닷컴이 신경쓰는 지점도 바로 이 것이고요.
 
인공지능을 활용해 신선식품을 선별하고, 신선도를 표준화하는 작업을 하려고 해요. 정품이 아닌 걸 파는 공급자를 걸러 내는 것도 문제인데, 데이터를 활용해 미리 체크하고 제외하려고 하고요. 이미 어느 정도는 구현되어 적용되고 있고요.
 
이 두 가지 문제를 놓고 저희도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을 활용해서 신선도의 기준을 맞추고 정량화 하는 작업을 진행해보려고 하고 있어요. 정직하지 못한 공급자의 문제도 데이터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미리 체크하고 거를 수 있도록 해보려 합니다. 어느 정도는 이미 제공하고 있기도 하고요.
 
③ EFFICIENCY over GROWTH
 
셋째, 효율성 문제를 해결해야 해요. 매출 규모가 커져도 비용이 함께 커지거나 더 가파르게 커지면 비즈니스는 어려워져요. 매출이 늘어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적정한 선에서 비용을 통제해서 효율화 해야 하는 거죠. 물류센터 자동화 같은 방안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코로나19로 물류가 폭발적으로 늘었는데요, 비인간적으로 노동하지 않도록 기술로 보완하는 겁니다.
 

자동화를 통해 기계와 인간이 협업할 수 있도록 만든 SSG닷컴 물류센터의 모습. ⓒSSG닷컴

SSG닷컴 물류센터는 하이브리드 물류센터입니다. 주문이 들어오면 물건을 고르는 건 직원이 하고, 벽에 있는 서랍에 넣어주면 그 다음부터는 기계가 배송 박스에 담아 보내죠. 사람과 기계가 서로 보완하는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어요.
 
2019년 4월에 아마존이 물류 로봇 스타트업 '캔버스 테크놀로지'를 인수했는데요, 실제로 레이크우드시티에 가면 아마존의 배송 로봇이 많이 돌아다녀요. 아마존도 로봇을 이용해 물류를 효율화하고 있는 겁니다.
 
특히 이번 코로나19 이후 물류 효율화 문제는 반드시, 시급하게 풀어야 할 당면 과제가 됐죠. 이 전에도 물류 자동화에 대한 니즈는 있었지만, 이번에 정말 중요한 문제가 됐어요.
 

탠저빌리티(tangiblity)를 잡아라

 
'탠저블'이라는 단어를 고른 이유는 '만질 수 있다'는 뜻이 담겼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 오프라인 서비스를 하던 사람들은 온라인 서비스를 '인턴저블 서비스'라고 불러요. 하지만 그 경계선이 허물어지고 있어요. 이제부터는 어떻게 하면 인탠저블한 서비스를 하면서도 탠저빌리티를 챙길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는 거죠. 그 답은 기술이 될 수도, UX적 요소가 될 수도, 서비스적인 아이디어에서 나올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도 이커머스가 많이 고민해야 할 포인트 중 하나고요.
 
'탠저블리티(tangibility)'라고 거창하게 말하긴 했지만, 굉장히 단순한 것부터 시작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볼게요. SSG닷컴도 이미지를 몇 번 바뀌었는데요, 두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첫째, 해상도가 높아졌어요. 고해상도의 이미지를 다각도로 보여줘서 사용자가 실제로 만져보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생생한 느낌을 받을 수 있게 한 거죠. 둘째, 많은 콘텐츠를 비디오화했어요. 국물을 붓는 장면이라거나 빵을 만져보는 장면을 영상으로 만들어서 사람들이 음식을 간접체험하는 느낌을 받도록 했죠. (후략)
 
■ 코로나19 이후, 비즈니스의 지형도는 어떻게 바뀔까요?
 
장유성 SSG닷컴 최고기술책임자(CTO)의 나머지 강연 내용은 폴인의 웹페이지에 담겨 있습니다. 폴인은 커머스 외에도 다양한 산업의 코로나 이후 다음 10년을 전망하는 스토리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지금, 폴인 웹페이지에서 확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