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남부지방경찰청 이천 화재 수사본부는 이날 오전 10시 30분 이천경찰서에서 브리핑을 열고 중간 수사 진행 상황을 설명했다.
“안전조치 없이 용접 작업”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근로자는 용접작업 시 방화포와 불꽃·불티 비산방지 덮개 설치 등의 조처를 해야 하고 2인 1조로 작업해야 하지만 이러한 규정은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았다.
"공기 단축하려 동시에 많은 근로자 투입"
또 경찰은 ▶화재예방을 위한 안전관리 수칙 미준수 ▶안전을 도외시한 설계변경 및 시공 ▶화재 현장의 구조적 특성 등이 다수 사상자가 발생한 원인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동일한 장소에서 화재 및 폭발의 위험이 있는 작업인 우레탄 폼 발포작업과 용접 작업이 동시에 이뤄졌고, 비상유도등 등 임시 소방시설을 설치하지 않고 작업이 진행됐다. 특히 사이렌과 같은 비상 경보장치가 없어 지하 2층 이외 층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들은 화재를 조기에 알아차리지 못했다. 당시 옥상에서 작업 중이던 생존자 3명이 바깥으로 퍼지는 연기를 보고 화재를 빨리 인식해 탈출한 것과는 대비되는 지점이다.
설계와 달리 지하 2층 방화문을 벽돌로 폐쇄하는 등 대피로가 막혀 피해가 더 커지기도 했다. 실제로 지하 2층에 있던 근로자 4명은 폐쇄된 방화문을 뚫고 대피하려다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경찰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발주처인 한익스프레스 임직원 5명과 시공사인 건우 임직원 9명, 감리단 6명, 협력업체 4명 등 24명을 입건했다. 그 가운데 책임이 무거운 9명(발주처 1명, 시공사 3명, 감리단 2명, 협력업체 3명)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앞으로 화재 발생과 피해 확산의 근본적 원인이 된 공기단축과 관련한 중요 책임자들에 대해 집중 수사하는 한편 공사과정에서의 불법행위와 여죄 등에 대하여도 계속 수사할 예정”이라며 “재하도급, 건축자재 관련 부정 거래, 형식적인 감리제도 등 기존의 잘못된 공사 관행에 대한 법·제도 개선대책 마련 등을 위한 수사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화재는 지난 4월 29일 오후 1시 32분쯤 이천시 모가면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신축공사 현장에서 발생했다. 이 불로 근로자 38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