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인기를 끈 드라마 '스토브리그'에는 프로야구 만년 꼴찌팀 '재송 드림즈'가 나온다. 드림즈의 모기업은 재송그룹. 대형마트를 보유한 유통 대기업이지만, 중공업 중심의 강성그룹과 빅딜로 체질 변화를 꾀한다. 여기에 적자투성이 야구단은 눈엣가시다. 우여곡절 끝에 재송그룹은 드림즈를 IT기업 PF에 매각한다.
현실에서도 이 드라마같은 일이 일어날까.
[팩플데이터] 대기업과 프로 스포츠
야구팬들이 '현실판 PF'로 자주 떠올리는 기업은 카카오다. 카카오는 2018년 히어로즈 구단의 인수 후보로도 지목됐다. 2년 전이나 지금이나 카카오는 공식적으로 야구단 인수설을 부인하고 있지만 팬들의 기대는 다르다. 카카오가 '성장하는 B2C 대기업'이라는 프로스포츠 구단주 조건에 딱 맞기 때문이다.
① 15대 대기업 중 11곳이 스포츠 구단 운영
· 대기업 집단에 포함되진 않지만, 엔씨소프트는 자산 3조 6000억원 규모의 국내 대표 게임사다. 히어로즈의 메인 스폰서는 대기업 순위 59위인 다움키움그룹(자산 5조 7000억원)이다. 히어로즈는 키움증권으로부터 연간 100억원 규모의 후원을 받는다.
· 두산보다 그룹 규모가 큰 기업 중 포스코(6위), GS(8위), 현대중공업(9위)은 프로축구단을 운영 중이다. 농협(10위)-신세계(11위)-CJ(13위) 등은 야구단 인수 후보로 꾸준히 거론돼 왔다.
· 농협은 2007년 당시 현대그룹이 운영하던 현대 유니콘스(현 키움 히어로즈)의 강력한 인수 후보였다. 하지만 농민단체와 조합원 반발이 커 무산됐다. 신세계와 CJ는 현재 운영하는 프로스포츠 구단이 없다. 대신 신세계와 CJ는 야구단 삼성 라이온즈 지분을 각각 14.5%, 15%씩 갖고 있다.
② 재계 23위 카카오…갖출 건 다 갖췄다
· 올해 공정위가 평가한 카카오의 자산총액은 14조원, 재계 순위는 23위다. 5년 전보다 매출액은 215%(1조 3668억 → 4조 3008억원), 자산총액은 177%(5조 831억 → 14조 960억원), 종업원 수는 157%(4325 → 1만1106명)씩 증가했다.
· 지난해 국내 프로야구단 평균 매출은 516억원이었다. 매출의 28~60%는 그룹 관계사 매출이다. 그룹 관계사들이 야구단을 브랜드 마케팅에 활용해 그 대가를 구단에 지급한 것. B2B보다 B2C 사업 비중이 높을 수록 야구단 활용도도 높아진다.
· 공정위 자료를 분석해보니, 야구단 운영 기업 가운데 제조업 매출 비중 가장 높은 곳은 두산(80%)이었다. 과거 주류, 식음료 등 소비재를 판매하던 두산은 2000년대 초반 사업 구조를 중공업 중심으로 바꿨다. 두산 채권단이 야구단 매각을 추진하는 이유도 사업 관련성이 낮다는 점이다.
·반면, 카카오는 그룹 내 제조업 비중 0.7%에 불과하다. 카카오는 메신저·포털 등 IT 플랫폼을 기반으로 국내에서 주로 사업한다. 카카오톡의 총 이용자(5177만명, 올해 1월 기준) 중 대부분인 4519만명이 국내 이용자다. 신규 사업도 금융, 콘텐트, 모빌리티 등 사용자 서비스 중심이다. 그동안 카카오가 축적한 IP(지적재산)와 IT 플랫폼을 야구단 운영에 접목할 경우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③ 라쿠텐처럼 카카오도?
· 라쿠텐은 2005년 일본 프로야구단(이글스)을 창단한 뒤 홍보 효과를 크게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라쿠텐은 지난해 대만 프로야구 라미고 몽키스도 인수했다. 이영훈 교수는 "카카오의 사업 구조를 보면 라쿠텐처럼 스포츠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가 많다"며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비즈니스를 하는데 야구단의 유무형 효과가 클 것"이라고 밝혔다.
④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은…
· KBO는 2010년 구단 창단 조건을 이렇게 내걸었다. 유동비율 150% 이상, 부채비율 200% 이하, 자기자본순이익율 10% 이상 또는 당기순이익 1000억원 이상. 기업의 규모와 재무 안정성을 기준으로 삼은 것이다.
⑤ '반신반의'했던 엔씨엔 '야구광' 택진이형 있었다
·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이사회 의장의 의중은 자세히 알려진 바가 없다. 카카오 관계자는 "내부에서 야구단 인수 얘기는 나오지도 않았다. 검토한 적도 없다"고 전했다. 전용배 단국대 스포츠경영학과 교수는 "두산 베어스는 서울이라는 큰 시장을 갖고 있고, 모기업 지원이 없어도 자생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구단이다. 두산도 야구단을 팔고 싶어하지 않는 이유가 있다"며 "야구단 운영 의사가 있는 기업이라면 베어스에 매력을 느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