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만 보면 아동학대 범죄율이 낮아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라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코로나 봉쇄에 감시가 허술해진 틈을 타 아동학대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은밀히 이뤄지고 있다는 ‘위험 징후’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아동학대는 교사, 소아과 의사, 사회복지사 등에 의해 발견되는데 봉쇄령과 휴교령 등으로 외부인의 ‘감시’가 불가능해졌다. 신고가 접수되더라도 자택 수사가 제한돼 학대를 입증할 증거 수집에도 한계가 있다.
NYT에 따르면 실제 뉴욕시에서는 봉쇄령이 풀린 뒤 뒤늦게 드러난 아동학대 범죄가 줄을 잇고 있다. 마약 중독 엄마에게 학대를 받던 아이들이 화재 사고로 우연히 구출되는가 하면 코로나19로 숨진 엄마 곁에서 며칠간 방치돼 있다가 발견된 아이도 있었다.
코로나19 이후 아동음란물 접근 2배 증가
봉쇄령으로 아이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학대도 더 빈번해졌다. 전문가들은 마약과 알코올중독·소아성애자 등 정신적 문제를 앓는 어른들이 온라인에서 아이를 상대로 성 착취 범죄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다.
BBC에 따르면 봉쇄령이 시작된 지난 3~4월 전 세계적으로 온라인 아동음란물 접근 건수가 이전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영국 온라인 아동음란물 감시단에 따르면 영국에서만 30만 명 이상이 온라인에서 아동을 상대로 성적 위협을 가했고, 아동음란물에 접근했다 차단된 사례가 900만 건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학교에 가지 않는 아이들이 온라인을 사용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이들을 노리는 온라인 성범죄도 증가했다고 보고 있다. 앞서 지난 3월 FBI는 온라인에서의 아동 성 착취범죄가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FBI에 따르면 범죄자들은 온라인상에서 아이들과 접촉해 신뢰를 얻는 방식으로 접근한다. 친분이 생기면 음란한 대화와 행동을 요구하고 성적 사진과 동영상을 스스로 찍어 전송하도록 협박한다.
집에 감금된 채 성 착취 학대를 받을 위험도 커졌다. 6일 독일에서는 헤센주 뮌스터 외곽의 한 오두막에서 5~12살 아이 3명을 대상으로 음란물을 찍어 유포한 20대 남성이 체포됐다. 이 남성은 몇 달에 걸쳐 음란물을 제작해 폐쇄형 인터넷 네트워크인 다크넷에 올렸는데, 아이들이 코로나19로 학교에 가지 않아 범죄를 숨길 수 있었다.
아이패드 보급률 느니, 신고 건수도 증가
영국도 코로나19 봉쇄령 이후 아동음란물을 감시하는 ‘스탑 잇 나우’ 프로젝트를 강화했다. 경찰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북아일랜드에서만 1460건의 신고가 들어왔다.
독일의 한스 뷔르겐 쉬임케 교수는 “독일 헌법 중 ‘아동의 보살핌과 양육은 부모의 자연스러운 권리’라는 조항이 문제"라며 "위기 가정의 아이들을 부모로부터 떼어낼 수 있는 법적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