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비상상황을 고려하면 내년도 최저임금의 방향은 명약관화하다. 총력을 기울여 기업부터 살려야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는 얘기다. 노동단체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김문식 중소기업중앙회 노동인력위원장은 “기업들은 코로나19로 하루 앞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라며 “최저임금 인상은 취약계층 일자리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최소한 올해와 동일하게 유지돼야 한다”고 건의했다. 실제 중기중앙회가 지난달 6∼13일 중소기업 600곳에 내년도 최저임금 의견을 물은 결과, ‘동결’ 응답이 80.8%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조사 때 답변(69.0%)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다. 그만큼 기업 사정이 어렵다는 뜻이다.
생존 절박한 중소기업 81% “최소 동결”
급격히 올릴수록 취약계층 일자리 위협
불황에는 일터부터 살려야 일자리 지켜
코로나 사태는 이미 비틀대는 중소기업에 ‘피니시 블로’를 날린 것이나 다름없다. 문을 닫지 않고 버티려고 해도 보증이 부족해 끝내 대출받지 못하는 소상공인의 안타까운 사연이 줄을 잇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조차 노동단체가 최저임금 인상 투쟁을 내세워 어제 첫 회의부터 불참한 것은 비상시 공동체 구성원의 도리라고 할 수 없다.
노동단체는 “최저임금을 올려줘야 취약계층이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면서 마치 약자의 편에 서는 것처럼 주장하고 있으나 현실은 따로 있다. 현장 조사와 학자들의 연구가 보여주듯 불황인데도 최저임금을 올리면 알바 같은 취약계층부터 가장 먼저 일자리를 잃는다는 게 암울한 현실이다. 오히려 ▶노조가 있으면서 ▶고액 연봉을 받는 ▶대기업·금융회사·공기업의 ▶40, 50대 근로자가 취약계층의 희생 위에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누리고 있는 게 ‘불편한 진실’이 아닌가. 이런 사정을 고려하면 내년도 최저임금은 업종별 차등 적용 등 취약계층을 실질적으로 도울 수 있도록 논의돼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 속도는 경제 현실에 맞춰 탄력적으로 조절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