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제없는 권력, 시민단체〈하〉
시민단체 국고 지원이 정부의 ‘코드’에 따라 달라지고, 20년 넘게 시민단체 활성화를 위해 공익사업 지원 명목으로 나랏돈을 주고 있으면서도 정작 사후관리는 부실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입맛에 맞는 단체 지원 관행”
문 정부, 곽노현 교육단체 넣고
보수 성향 대한민국사랑회 제외
20년간 2176억 주고 감시 부실
정부, 2014년 “회계 비리 근절”
사업비 관리 여전히 제대로 안돼
깜깜이 평가 제도도 문제
정부, 우수·보통·미흡으로만 평가
시민단체 개별점수는 공개 안해
정부는 당시 정권의 시책에 맞는 사업에 지원금을 줬다. 일례로 행정안전부는 2009년 보조금 지원계획을 세우면서 “국가 정책에 대해 보완·상승 효과를 갖는 사업을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이명박 정부의 핵심 정책이었던 ‘일자리 창출과 4대강 살리기 운동’은 아예 지원사업 유형으로 제시됐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이 방식은 유지됐다. 이 때문에 당시 진보단체들로부터 “보수단체에 지원금을 몰아준다”는 비판을 받았다. 2013년 횡령이 적발된 자유총연맹은 이듬해 또다시 보조금을 받아 반발을 사기도 했다.
‘코드 지원’ 논란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단체의 이념은 지원 단체 선정 고려 사항이 아니다. 공익사업을 위해 선정위원회가 엄격히 심의해 결정한다”며 “누가 선정위원인지도 임기 내엔 밝히지 않을 정도로 최대한 공정하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유경(경희사이버대 교수) 한국NGO학회장은 “미국·영국 등도 정부와 시장이 할 수 없는 영역에 대해 시민사회에 사업지원비 형태로 공익활동을 지원한다”며 “문제는 진보 정권이냐 보수 정권이냐에 따라 입맛에 맞는 단체에 편중돼 지원하는 관행”이라고 지적했다.
‘관리 부실’이란 지적에 정부는 이듬해인 2014년 2월 부랴부랴 “회계 비리를 근절하겠다”며 대안을 내놨다. 금융기관·국세청 등과 연계해 사업비 입출금 내역을 모니터링하고 ‘온라인 관리’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비영리민간단체 공익활동 지원사업 관리 정보시스템(NPAS)’ 사이트도 만들었다. 하지만 그동안 관리는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임현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오래되고 낡은 시민사회 관련 지원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평가 제도 역시 마찬가지다. 정부는 “부당집행 단체 명단 및 단체별 평가 결과를 공개한다”고 하지만 관리 정보시스템엔 단체 명단만 있을 뿐 정확한 금액 등은 공개하지 않는다. 사업 평가도 100점 만점 기준으로 우수(90점 이상), 보통(90~60점), 미흡(60점 미만)으로만 나올 뿐 개별 점수는 비공개다.
박성민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는 “실사 중심의 평가를 할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고 사업을 검증하는 과정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운호 경희대 시민사회NGO학과 교수는 “시민단체 내부의 견제 시스템이 사실상 없다”며 “기부 및 후원을 하는 개인과 기업, 자금을 지원한 지자체와 정부가 사후관리를 제대로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현예·김방현·윤상언 기자, 노유진 연구위원 hy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