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북한생활'의 한 장면입니다. 국방색 교복을 입은 여학생과 5명의 남학생이 있습니다.
한데 남녀 주인공의 '썸타는' 케미는 보이질 않습니다. 대신 살벌한 풍경만 펼쳐집니다. 운동장 한가운데에서 여학생이 날라차기를 하자 남학생 두 명이 나가떨어집니다. 그런데 주변 반응은 대수롭지 않습니다. 200여명의 '관객'이 둘러앉은 채 웃고 있네요.
'좋아요' 130만개…북한 틱톡러 정체는
또 다른 영상을 볼까요. 북한의 휴대폰을 이리저리 뒤집으며 보여줍니다. 앞면은 평범한 스마트폰인데, 뒷면을 봤더니 반전이 있습니다. 'SAMSUNG' 대신 순우리말 '아리랑'이 큼지막하게 박혀있네요.
"북한 휴대폰은 처음 본다" "앞에는 삼성, 뒤는 아이폰이냐"
영상 댓글에는 좀처럼 보기 힘든 스마트폰에 신기해하는 반응이 쏟아집니다.
'북한에 대한 모든 것'…올라온 영상만 200여개
평소 틱톡을 자주 이용하는 김지은(17)양은 영상을 올리다 이 계정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응팔(드라마 '응답하라 1988')같기도 하고 과거 여행하는 느낌이라 친구들과 자주 본다"며 "하지만 이런 영상을 내가 봐도 문제없는 것인지 걱정되긴 한다"고 말했는데요.
북한 틱톡에 달린 댓글 중 일부입니다. 영상들이 인기를 끌자 사람들은 계정 주인을 찾아보기도 합니다.
김유하(23)씨는 "북한은 가난하고 엄격한 나라라는 이미지가 굉장히 강한데 그런 편견들을 깨버리는 영상들이라 또래들의 관심이 폭발적인 것 같다. 신기하게 보다가도 영상을 올리는 게 불법은 아닌지, 영상 올리는 사람이 누군지 더 궁금해진다"고 말합니다.
※북한의 모습을 촬영해 올리는 이 사람의 정체, 과연 무엇일까요? 영상을 통해 만나보세요.
평양 7살 브이로그…체제 선전 유튜브도
북한 체제를 보여주는 방식이 바뀌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북한 전문가인 강동완 동아대 부산하나센터 교수는 "SNS가 발달하면서 외부 선전 선동이 기존의 방식과 굉장히 많이 달라졌다"면서 "북한에선 이러한 흐름을 세계적 추세에 따른 것이라고 표현한다"고 말합니다. 시대에 발맞춰 체제 선전에 보다 효과적인 방법을 택하는 거죠.
틱톡 영상, 무조건 체제 선전용일까?
일부 영상엔 관광객이 찍을 수 없을 법한 장면도 있습니다. 당 간부 자녀의 유치원과 집까지 찍은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이 역시 관광 코스의 일부라고 합니다. 강 교수는 "북한은 관광코스 중 체제 선전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지역에 촬영허가를 내리는데, 그중 가장 대표적인 장소가 유치원"이라고 설명했죠.
북한은 오랫동안 관광 촬영을 통해 자연스러운 체제 선전을 해왔다고 합니다. 이영종 중앙일보 통일문화연구소장(통일북한전문기자)은 "싱가포르 사진작가 아람 판이 북한을 왕래하면서 찍은 영상이 인기를 끌게 되자 북한 당국에서 직접 그를 초빙했다. 그러고는 북한 영상을 제작하게 했었다"고 말합니다.
북한 영상에 '무분별 노출 vs 허용해야'
하지만 현재 유튜브 영상은 시청과 전파 사이의 경계가 매우 모호해 이에 대한 법 적용 가이드라인이 딱히 없는 상황입니다. 통일부 관계자는 "유튜브에 나오는 북한 동영상은 최근 나타난 새로운 현상"이라며 "기존 방식과는 다른 접근법이 요구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SNS를 통해 접하는 북한 관련 자료는 현실적으로 모두 막기 어렵습니다. 법과 지침을 '허용' 쪽으로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좀 더 높은 듯한데요.
하지만 10ㆍ20대에게 무분별하게 노출되는 걸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일종의 '환상'을 심어줄 수 있다는 걸 걱정하는 거죠. 강 교수는 "무분별하게 영상이 유통된다 보면 북한 당국이 체제 선전하는 대로 바라볼 수밖에 없게 되는 그런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SNS를 떠도는 '슬기로운 북한생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밀실은 ‘중앙일보 밀레니얼 실험실’의 줄임말로 중앙일보의 20대 기자들이 밀도있는 밀착 취재를 하는 공간입니다.
최연수·박건 기자 choi.yeonsu1@joonang.co.kr
영상=이지수·백경민 인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