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공분이 일고 대책이 뒤따르는 것은 의례적인 패턴이다. 익숙한 광경이다. 지난해 5월 범부처 차원의 ‘포용국가 아동정책’도 그렇게 나왔다.
이슈추적
천안의 피해 아동은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지만, 가까스로 세상에 알려진 창녕의 아동 역시 재학대를 당하지 않도록 앞으로의 대처가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재학대 매년 급증…발굴 이후가 더 중요
경남아보전 관계자는 “처음 봤을 때 학대받은 아이라고 금세 알 수 있는 몸이었다”며 “지금은 밥도 잘 먹고 몸의 멍도 많이 없어졌다. 간병인의 보호를 받고 있는데 생각보다 아이가 밝아 잘 지내고 있다”고 전했다.
아보전 측은 아이 상태가 심각하다고 판단해 법원에 임시 보호 조치를 요청했고, 피해 아동을 부모로부터 분리한 채 치료를 지원하고 있다.
아보전 관계자는 “퇴원한 뒤에는 양육시설이나 가정위탁에서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 “부부 사이에 있는 또 다른 세 명의 아이들에 대해서도 법원에 피해아동보호명령을 신청했다. 부모와 분리해 심리치료 등을 진행하려 한다”고 말했다.
세간의 관심이 큰 탓에 지금이야 관련 기관이 총출동해 전방위적 개입이 이뤄지고 있지만 문제는 앞으로의 대처다. 늘어나는 재학대 비율만 살펴봐도 일회성 대응이나 조치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10명 중 1명 재학대, 그래도 가정으로
또다시 아동학대를 저지른 가해자 중 91.7%는 친부모로 대다수를 차지한다. 계부모와 양부모를 합하면 95.4%에 이른다.
아동복지법 제4조 제3항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아동을 신속히 가정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돼 있다. 아동이 태어난 가정이나 유사한 환경에서 자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미국 등 외국에서 학대 정황이 발견되면 아동을 부모로부터 즉시 격리하는 것과 다르다.
한 아보전 관계자는 “아이를 (부모로부터) 떼어놓고 싶어도 아이가 간절히 원할 경우 딜레마에 빠진다”며 “강제로 아이를 시설에 보낸다 해도 적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사례관리 해야 하는데 강제성 없고 인력 부족
그러나 전문가들은 학대 아동을 가정으로 돌려보낼 경우 재학대를 예방하기 위해 전문기관의 철저한 사후관리가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난해 9월 인천 미추홀구에서 숨진 5살 아동은 재학대 피해자로, 부모와 떨어져 보육원에서 2년여 지내다 계부가 복귀를 원해 가정으로 돌아간 뒤 20여일 만에 사망했다.
당시 계부는 아이를 데려가면서 상담치료와 월 1회 가정방문 등을 약속했지만 연락을 끊은 뒤 사후관리를 받지 않았다. 하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다 보니 강제할 수 없었다.
또다른 아보전 관계자는 “10월부터 지자체 전담 공무원이 현장조사를 맡아 하고 아보전은 사례관리에 집중하도록 제도가 바뀌지만, 강제성이 없다 보니 부모가 거부하면 관리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사례관리를 깊이 있게 지속적으로 할 전문 인력이 부족한 현실적 한계도 있다. 한 아동학대 관련 전문가는 “한국 아보전의 상담원 1인당 담당 사례 건수가 선진국보다 많다. 업무 강도에 비해 처우도 낮아 근속연수가 짧다”며 “전문성을 갖고 지속해서 사례를 모니터링하는 데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전국 228개 기초 지자체 중 아보전이 설치된 곳은 68곳에 불과하다. 아보전 한 곳이 여러 지자체를 맡는 게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창녕의 아동이 또다시 위험에 놓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한다.
지자체에서 아동복지심의위원회를 열어 전문가 검토를 거치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다.
이런 지적에 복지부는 10월부터 피해 아동이 가정에 복귀할 땐 전문가로 구성된 사례결정위원회를 거치도록 하고 아보전의 가정복귀 의견서 작성 절차를 깐깐하게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