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마다 진행되는 EPI 평가에서 한국은 지난 2002년 136위를 차지한 이래 등락을 거듭했고, 이번에 가장 좋은 성적을 얻었다.
10일 예일대 EPI 홈페이지에 따르면 대기 질과 위생·수돗물, 폐기물 관리 등 2개 부문, 11개 분야, 32개 지표에 대한 평가에서 한국은 평균 66.5점을 받아 28위에 올랐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일본 1위, 한국이 2위로 평가됐다.
아-태지역에선 일본 이어 2위
일본은 75.1점으로 전체 12위를, 미국은 69.3점으로 24위를, 중국은 37.3점으로 120위를 기록했다.
EPI는 각국이 환경정책 목표를 정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또 유엔의 지속가능발전 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를 달성하도록 유도하해 환경과 생태계의 건강성 등 각국의 지속가능성 수준을 비교·평가하고 있다.
환경의 질뿐만 아니라 환경개선 노력, 환경정책 시행 성과 등을 반영하고 있다.
한국은 대기질·수질 등을 포함한 '건강 부문'의 4개 분야, 7개 지표에서는 종합 27위였으나, 생물 다양성 등 '생태계 활력도(Vitality) 부문'의 7개 분야, 25개 지표에서는 종합 39위로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았다.
건강 부문에선 종합 27위
과거에 낮게 평가됐던 초미세먼지(PM2.5)는 이번에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았다.
예일대 측은 PM2.5이나 오존 농도 자체보다는 대기오염 물질에 노출됨으로써 나타나는 장애 보정 생존연수(Disability-adjusted Life Years, DALY)를 기준으로 평가했다.
DALY란 질병 탓으로 조기 사망해 손실된 수명과 질병을 안고 생활하는 기간의 합계로,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기간이 얼마나 사라졌는지를 10만 명당으로 수치화한 것이다.
또, 가정용 고체연료 지표에서 한국은 1위를 기록한 것도 도움이 됐다.
가정용 고체연료는 개발도상국에서 실내 공기 오염의 주범이 되고 있는데, 고체 연료 사용에 따른 DALY 수치로 이 지표를 평가했다.
한국은 연탄 사용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높은 순위를 차지한 것으로 보인다.
위생 지표는 1위, 수돗물 지표는 26위였다. 이들 지표도 DALY로 평가했다.
중금속 분야 단일 지표인 납 노출은 16위, 폐기물 관리 분야의 단일 지표인 고체 폐기물 처리는 13위였다.
납 노출은 DALY로, 고체폐기물은 가정·상업 폐기물의 적정 처리 비율로 평가했다.
생태계 활력도 부문에선 종합 39위
특히, 보호구역의 대표성 지수(Protected Areas Representativeness Index, PARI)는 128위로 낮게 평가됐다.
이 지표는 국가별 육상 보호구역 내 생물 종이 국토 전체의 생물 종 수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생태계 서비스 분야에서는 100위를 차지했는데, 숲 면적 감소 지표는 81위, 초지 면적 감소 165위, 습지 면적 감소 115위였다.
생태계 서비스는 이산화탄소 흡수와 생물 서식지 제공과 같이 생태계가 인간의 복지와 환경에 제공해주는 중요한 서비스를 말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초지는 2019년 기준으로 3만2000㏊에 불과하고 매년 약 200㏊ 정도의 초지가 축산업 이외의 목적으로 전용되고 있다.
어업 분야는 전체적으로 70위였다.
어족 자원 상태는 13위로 높았지만, 생태계 파괴적인 트롤어업 지표는 70위, 어족자원의 건강성을 나타내는 해양 영양 지수는 86위를 기록했다.
온실가스 증가 속도는 75위, 온실가스 강도(intensity) 증가 속도는 106위였다.
온실가스 강도는 국내총생산(GDP)이 일정 수준 증가할 때 온실가스가 얼마나 늘어났느냐를 따진 것이다.
오염 배출 분야에서는 한국이 1위로 높게 평가됐는데, 이산화황(SO2)이나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이 2005~2014년 사이 크게 감소한 덕분이다.
농업 분야에서는 비료 성분이자 수질·대기 오염물질인 질소 관리를 따졌는데, 한국은 47위를 기록했다.
폐수처리 비율을 따진 수자원 분야에서는 21위를 차지했다.
지표 달라져 순위 매번 둘쭉날쭉
일부에서는 EPI 평가가 매번 지표가 달라지는 바람에 순위가 들쭉날쭉해 신뢰성이 낮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초미세먼지 노출 정도를 기준으로 했던 2016년 평가에서 한국은 공기 질 부문에서 45.51점을 받아 180개국 중 173위로 최하위 수준을 기록했으나, 이번에는 28위로 올라섰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