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역사의식이 안 보인다=2016년 9월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의 의회 건물.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이 다소곳이 앉아있던 한 할머니를 향해 “결의안 통과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결의안은 2007년 7월 일본 정부의 위안부 피해자 강제동원을 인정한 미국 하원의 위안부 피해자 결의안이다. 앞서 2007년 2월 이용수 할머니는 미 하원 외교위의 아태·환경소위가 연 청문회에서 참혹했던 위안부 피해를 증언했다. 로이스 위원장은 위안부 결의안 채택 9주년을 기념하는 이 자리에서 이용수 할머니를 빠뜨리지 않았다.
윤미향 논란, 해외선 더 문제 알려야
안보 정당인데 안보 고민보다 관성
지지층만 상대, 바깥 세상 못 느껴
남북 합의를 공식 파기하려면 냉철한 전략적 고민을 거쳐야 국민에게 믿음을 준다. 북한이 먼저 공개 파기할 가능성, 우리가 파기하면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 명분으로 삼을 가능성, 파기 선언을 하지 않아도 결국 유명무실화할 가능성 등을 따져야 한다. 안보엔 ‘○ 아니면 ×’라는 이분법이 통하지 않는 대목이 있다. 그럼에도 통합당은 우리가 지향할 미래를, 지켜야 할 안보를 어떻게 현실화할지에 대한 고민이 없이 과거의 관성대로 움직이고 있다. 민심은 북한에 어이없어 하지만 북한을 비판하는 것만으로 표를 얻는 시대는 지나갔다. 안보에도 진정성이 필요하다. 통합당이 안보 정당이라면 복무 기간 단축은 이제 그만이라고 말할 용기가 있는지 궁금하다.
③시야가 좁다=수도권이 지역구였던 통합당의 전 의원은 지난주 통화에서 “총선을 앞두고 의원총회를 하는 데 뒤쪽에서 의원 몇 분이 ‘이번엔 이긴다. 정말로 이긴다’고 대화를 나누는 걸 들었다. 좀 어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4·15 총선을 앞두고 그가 느낀 수도권 민심과 당내 일부 의원들의 인식은 완전히 달랐다. “숨은 표가 있다고 믿으니 객관적 데이터를 거부하고 분석도 하지 않는다. 그러니 어디를 찾아서 어떤 메시지를 낼지도 생각하지 않는다.”(여론조사 전문가 A) “주변에서 통합당이 이긴다는 얘기만 들었다면 ‘딴 세상’에 살고 있다는 얘기다.”(여론조사 전문가 B) 총선을 앞두고 나왔던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세평이었다. 통합당은 분노한 야당 지지층만 상대하니 동굴 바깥에 있는 또 다른 세상을 느끼지 못 하는 게 한계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통합당 지지율이 낮은 데 대해 “무엇보다도 정권 창출에 대한 비전을 보여주지 않으면 지지율이 오르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나라를 바꾸려면 집권을 해야 하고 집권을 하려면 민심에 밀착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통합당 의원들의 속내는 정권 교체보다는 ‘다음 총선까지 4년이나 남았다’는 쪽에 더 가 있는 듯하다.
채병건 정치외교안보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