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위원장은 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어느 정도 안정화 단계에 있다고 보고 (질본) 체계 개편 문제를 다룰 때라고 봤는데 중간에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이날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질병관리청, 바람직한 개편방안은' 토론회 축사에서 이렇게 밝힌 것이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 정책토론회
전문가 "보건연구원, 복지부 이관 재검토해야"
질본의 감염병 관련 주요 연구조직을 복지부가 가져가는 ‘무늬만 승격’이라는 비판이 나오자, 문재인 대통령이 이틀 뒤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 개편안이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 것이다.
이 위원장은 이와 관련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가 눈물로 지적하고 호소해 대통령의 마음을 움직이고, 대통령도 매우 감수성 높게 대처해줘서 그나마 이상한 길로 많이 가지는 않았다"며 "토론회에서 가장 바람직한 개편방안이 나오길 기대한다"고도 말했다.
이 교수는 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질병관리청 승격,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합니다'라는 글을 올리고, 질본 산하 국립보건연구원의 복지부 이관을 비판했다.
축사를 마친 이 위원장은 곧바로 토론회 자리를 떠났지만 보건의료계 전문가들은 질병관리청 승격 등 조직개편에 대한 주제 발표와 토론을 이어갔다.
아울러 질병관리청 산하 권역 질병대응센터도 체계적인 방역과 감염병 관리를 위해 지방 관리청으로 세우거나, 지방자치단체와 긴밀한 공조체제를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제 발표를 한 이재갑 교수는 "현 국립보건연구원은 질병관리청 역할 수행을 위한 기초 연구개발(R&D)의 산실로 거듭날 필요가 있다"며 "다만 장기적으로 보건의료 R&D 성장이라는 측면도 고려한다면 질병관리청의 연구개발 보장을 전제로 따로 독립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 서울의대 의료관리학 교수도 "정부 내 여러 청이 있지만 모두 크고 작은 연구조직을 별도로 갖고 있다"며 질병관리청의 연구기관 기능 강화를 주문했다. "한국 질병관리청을 미국 질병예방센터(CDC)처럼 키우려면, 현실도 봐야 한다. CDC 예산은 한국의 13배, 인력은 23배 차이가 있다"고 했다.
코로나19 장기화 사태에 대한 근본적인 대비를 하고 이를 위해 질병관리청의 성격에 대한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는 "코로나19가 시작된지 6개월째가 됐다"며 "그간 한국의 방역체계가 K방역으로 관심을 받았지만, 한편으론 불안하다"고 운을 뗐다.
기 교수는 "한국이 메르스 사태를 겪고 코로나19가 닥친 뒤 초기 대응을 잘한 건 맞지만, 코로나19는 100m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이라며 "이제 해외에서 코로나19 관련 더 좋은 분석 자료가 나온다. 우리는 왜 그러지 못하는지 자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기전을 염두에 두고 어떤 질병관리청이 필요할지 각 부처가 허심탄회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이번 개편과 관련해 복지부와 행정안전부, 질본 공무원이 모두 참석했지만 실무자급으로 전문가들과 심도있는 토론이 이뤄지진 않았다. 이들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부처에 잘 전달하겠다"고만 입장을 밝혔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