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카카오톡 선물하기에 명품 잡화를 살 수 있는 테마관이 신설됐다. 오프라인 백화점도 아닌, 온라인 쇼핑몰도 아닌, 모바일 상품권을 선물로 주고받는 모바일 상거래 시장에 생긴 명품관인 셈이다. 370만 원대 구찌 숄더백부터 190만 원대 발렌시아가 토트백, 150만 원대 프라다 버킷 백, 80만 원대보테가 베네타 장지갑 등 상품 구성 역시 여느 명품관 못지않다. 현재 카카오톡 선물하기에서는 구찌‧생로랑‧발렌티노‧몽블랑‧버버리‧프라다‧MCM 등 30여개의 명품 브랜드를 구매할 수 있다. 롯데탑스, 라프리마 등 전문 업체의 병행 수입 제품들이다. 지난해 8월에는 명품 화장품 테마가 신설됐다. 입생로랑‧디올‧나스‧맥‧에스티로더‧랑콤 등의 브랜드가 입점해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명품 테마관
비대면 트렌드 확산에 매출 성장세
MZ세대의 쿨한 선물법
나에게 선물하기도 인기
모바일 선물하기가 명품 브랜드의 새로운 유통 채널이 되고 있다. 이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새로운 선물 문화와 관련이 깊다. 치킨이나 커피 등 가벼운 선물만 기프티콘으로 주고 받는다는 기존 통념을 깬다. 모바일 쿠폰으로 보내는 선물이 직접 전달하는 선물보다 성의 없이 느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없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는 지난해 6월 전국 만 19세~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모바일 쿠폰 서비스 이용 관련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트렌드모니터 조사에 따르면 실제 소비자 10명 중 7명(72.2%)이 모바일 쿠폰을 선물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남성 64.4%, 여성 80%)과 젊은 층(20대 85.2%, 30대 84%, 40대 69.2%, 50대 50.4%)이 모바일쿠폰을 선물한 경험이 많았다.
사람들은 모바일 쿠폰 선물하기의 장점으로 구매 및 선물을 할 때 시간적‧공간적 제약이 없는 부분(40.8%, 중복응답)을 가장 많이 꼽았다. 대부분의 응답자가 “모바일 쿠폰으로 누군가에게 간편하게 선물을 할 수 있어서 편리(91.3%)”하고,“가격과 상관없이 감사한 마음을 전달할 수 있어서 좋다(82.1%)”는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부정적 답변을 살펴보면 전체 응답자의 23.8%만이 “모바일 쿠폰으로 선물하는 것이 정이 없게 느껴진다”고 답했다. “감사나 축하의 의미가 덜한 느낌(15.9%)”이고, “왠지 성의가 없어 보인다(12.4%)”는 의견도 있었지만 긍정적인 답변보다 비율이 현저히 낮았다.
책 『언컨택트』의 저자이자 트렌드 분석가 김용섭 날카로운 상상력연구소 소장은 “모바일 쿠폰 선물하기의 최대 장점은 몇 초 안에 곧바로 대응이 가능하다는 ‘즉시성’”이라며 이는 “선물이라는 본질에 집중하고 이를 둘러싼 맥락이나 형식은 생략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젊은 세대들의 인식이 반영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선물을 고르기 위해 매장에 가고, 이를 전달하기 위해 직접 만나는 과정을 생략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명쾌하고 빠른 방법으로 모바일 쿠폰 선물하기를 선택한다는 얘기다. 물론 명품 선물이라고 해서 예외는 없다. 과거 럭셔리 브랜드는구매 경험도 고급스러워야 한다는 고정 관념이 있었지만 지금 세대에겐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아무리 고급스러운 경험을 할 수 있어도 불편함을 굳이 감수하지 않는다. 김 소장은 “앞으로 어떤 브랜드든 비대면 채널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루이 비통이 유튜브 채널을 만들고, 구찌가 증강현실(AR)을 활용한 마케팅을 선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카카오톡 선물하기에 입점한 여러 브랜드가 채널 특화 전략을 구사하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화장품 브랜드 입생로랑의 경우 카카오톡 선물하기 채널에서 구매하는 이들을 위한 포장 서비스를 제공하는가 하면 제품에 참 장식을 추가하는 등 특별한 상품 구성을 준비하기도 한다. 입생로랑 관계자는 “매출의 상당 부분이 카카오톡 선물하기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화장품 브랜드 록시땅은 지난 4월 말 카카오톡 선물하기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립스틱을 내놓기도 했다.
몇몇 브랜드는 나에게 선물하기 기능을 자극하는 전략을 쓰기도 한다. 기프티콘 등 모바일 상거래가 능숙한 MZ세대들은 카카오톡 선물하기 역시 유통 채널의 일부로 인식한다. 각종 할인 쿠폰과 제휴 카드 할인을 활용해 온라인 최저가보다 저렴하게 필요한 물품을 조달하는 방식으로 선물하기를 활용한다는 얘기다. 게다가 비교적 고가인 명품 제품의 경우 ‘나를 위한 선물’로 여길 수 있다. 실제로 지난 4월 말 카카오톡 선물하기에 입점한 패션 브랜드 MCM에 따르면 초반에는 거의 절반 정도의 소비자가 나에게 선물하기 기능을 활용해 제품을 구매했다. 특히 여성 미니 백 제품군과 키링 제품이 본인에게 선물하기로 많이 판매됐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