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시아와 미국·유럽 등 북반구 지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다소 주춤해졌지만,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닥치면 코로나19가 다시 심해질 것이란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각국 전문가들은 가을이 오면 코로나19가 더 심해질 것인지 답을 찾기 위해 온도·습도·바람 같은 기상 요인을 중심으로 다양한 예측을 시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에라스무스 메디컬센터 등에 소속된 네덜란드 연구팀은 7일(현지 시각)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medRxiv)에 발표한 논문에서 북반구에 가을이 찾아오면 꽃가루 농도가 줄어들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다시 확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네덜란드 8월 중순에 다시 확산"
특히, 전체 꽃가루 개수가 ㎥당 610개를 초과하고, 이 가운데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꽃가루 개수가 120개를 넘어서고, 태양 복사 에너지가 ㎠당 510 주울(J)을 넘어서면 독감의 발생률이 뚝 떨어졌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꽃가루 개수가 임계치 아래로 떨어진다는 것은 독감 유행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라며 "코로나19 역시 독감처럼 표준적인 꽃가루-독감 계절 패턴을 따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또 "지난봄에 나타난 코로나19 상황에 비춰 8월 중순 이후 꽃가루가 줄어들면서 네덜란드에 다시 코로나19가 확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알레르기성 비염을 일으키는 꽃가루가 바이러스 숙주를 먼저 차지하는 바람에 독감이나 코로나19 등의 감염이 줄어드는 것으로 판단했다.
네덜란드의 경우 알레르기성 질환 유병률이 약 52%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돼 알레르기가 독감과 유사한 전염병을 억제하는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네덜란드 연구팀은 "열대지역의 경우 비가 오고 습도가 높아지면 꽃가루가 줄어 오히려 바이러스 확산이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북반구 중위도 늦가을부터 위험"
MIT 연구팀은 사람이 배출하는 비말(침방울)이 마르면서 표면적이 얼마나 빨리 줄어드느냐를 나타내는 '공기 건조 능력(air dry capacity, ADC)'이라는 지표를 제시했다.
온도와 상대습도를 바탕으로 계산되는 ADC 값은 1시간에 몇 제곱밀리미터(㎟)가 줄어드느냐 하는 수치로 표현된다.
특히, ADC 값이 5㎟보다 작아지면 독감 바이러스 전파가 잘 된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습도와 무관하게 ADC 값은 5 이하로 나타나 바이러스 전파가 잘 되는 조건이 갖춰지는 셈이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온도나 습도 한 가지만을 따진 기존 연구들과는 다소 차이가 난다.
일반적으로는 온도와 습도가 낮으면 바이러스 전파가 잘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실제 질병이 확산하는 데는 방역 노력이나 건강 예산 지출 등 사회 경제적 요인이 중요하지만, 기후상으로 ADC가 낮은 국가는 질병 유병률이 높은 경향이 있다"며 "실제로 코로나19 피해가 컸던 유럽과 미국 동부의 경우 ADC가 매우 낮았다"고 밝혔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gans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