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양대에서는 학교 관계자의 '혈서' 발언이 논란을 불렀다. 지난 5일 한양대 신본관에서 총장 면담을 요구하며 농성하던 학생에게 학교 관계자가 '비대면 시험을 원하면 학생들의 혈서를 받아오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알려지면서다.
농성 현장에 있던 류덕경 총학생회 교육정책위원장은 "농성장에 온 기획처장이 대화를 나누던 중에 '비대면 시험이 모든 학생의 요구인지 불명확하다'며 '원한다면 학생들에게 혈서를 받아오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했다.
교내방송국 기자인 성시호(24·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씨는 "현장에 있던 학생들이 '혈서' 발언을 들었다고 했다"면서 "이후 처장에게 직접 진위를 묻자 '그런 의미로 발언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학생 59.9% "기말고사, 비대면으로"
학생들은 반발했다. 총학생회가 지난달 20일부터 약 일주일 동안 재학생 4321명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 열명 중 여섯(59.9%)이 기말고사를 비대면으로 치러야 한다고 답했다. 대면시험을 지지한 응답자는 32%다.
비대면 시험을 원하는 학생들은 1만명이 넘는 재학생이 학교에 모여 시험을 보면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 학생은 학내 커뮤니티에 "380여명의 학생이 한 공간서 수업을 듣고, 밀폐된 강의실도 있었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한양대의 몇몇 학생은 성동구청에 학내 방역 문제를 지적한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절대평가, 과제물 대체 등 대안 필요"
대면·비대면 시험 모두 허점이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학생들 사이에서는 대안을 찾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류덕경씨는 "일부 비대면 시험에서 발생한 공정성 문제를 학생들도 걱정하고 있다"면서 "대면·비대면으로 나눌 게 아니라 '과제물 대체'나 부정행위를 할 동기가 줄어드는 절대평가로의 전환을 논의하자는 입장이다"라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기 꺼린 한양대 재학생은 "상대평가가 이뤄지는 수업에서 부정행위가 일어나면 학생들에겐 치명적"이라면서 "차라리 절대평가를 시행하고 비대면 시험을 보거나 과제로 평가를 대체하는 수업을 늘렸으면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학교 측은 비대면 시험을 강제한 것은 아니라며 교수의 결정에 따라 다양한 방식의 평가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한양대 관계자는 "기말고사 때도 교수가 판단해 비대면 시험이나 과제 대체를 하고 싶다면 할 수 있다. 꼭 대면시험을 치러야 하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남궁민 기자, 양인성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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