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주도의 금융 ‘테크핀’ 본격화
데이터3법 통과로 새 시장 열려
은행보다 높은 금리·혜택 유혹
2030 가입자 유지하는 효과 커
ICT 비즈니스 생태계 확대도 노려
ICT 업계가 통장을 선보이는 이유에는 ‘가입자 록인(잠금) 효과’가 첫 손에 꼽힌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모바일 금융에 친숙한 20~30대 가입자를 유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금융 서비스는 한번 계좌를 만들면 좀처럼 바꾸지 않고 꾸준히 사용하기 때문에 가입자 록인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테크핀이란 개념은 중국 알리바바의 공동 창업자인 마윈이 2016년 말 처음 언급했다. 국내 ICT 업계의 테크핀 경쟁은 지난 1월 국회를 통과한 ‘데이터 3법’이 도화선이 됐다. 개인정보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데이터 이용을 활성화하는 내용의 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대학 교수는 “IT 회사가 보유한 빅데이터에 금융 정보를 결합하면 투자·보험상품 개발 등에서 시너지(상승효과)를 낼 수 있다”며 “비금융 데이터인 통신·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활용한 개인 맞춤형 금융상품과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비대면 금융 서비스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비대면 분야에서 경쟁력 있는 ICT 업체들이 금융업에 뛰어드는 배경”이라고 덧붙였다.
ICT 기업들이 금융 서비스를 통해 자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확장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이승훈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네이버 통장으로 고객이 포인트를 충전하면 회사 입장에선 수수료를 아낄 수 있다. 고객에게 줄 수 있는 혜택이 커지기 때문에 전자상거래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카카오는 은행·증권에 이어 보험까지 진출하기 위한 포석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올해 안에 투자·보험 상품도 출시할 계획이다.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는 “그동안 사회 초년생과 소상공인·전업주부 등은 금융을 이용한 이력이 부족해 사각지대에 머물렀다. 이런 금융소외 계층을 아우르는 서비스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진·하선영 기자 kjin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