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아들을 키우는 이모(50‧서울 양천구)씨는 최근 자녀의 대입 진학을 두고 고민이 많다. 올해 대입에서 재수생과 경쟁해 아무래도 불리할 것 같다는 판단 때문이다. 아이가 지난달 20일부터 등교하고 있지만, 재수생보다 몇 개월 뒤처졌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이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지난 3개월 동안 내신과 수능 대비 등 뭐 하나 제대로 못 했다”며 “국가재난 상황인 만큼 정부에서 고3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개학연기와 원격수업으로 올해 대입에서 고3 재학생이 재수생 등 'N수생'보다 불리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수능 추가 연기나 수능 난이도 조절, 수시 기준 변경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교육부는 아직 이렇다 할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수시 원서접수를 석 달 앞둔 상황에서 구체적인 평가방법을 발표하지 않아 학부모와 학교의 혼란을 키운다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이중 수능 추가 연기와 수능 난이도 조절 등에 대해선 교육부가 선을 그은 상태다. 지난달 21일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브리핑에서 “대입 관련 일정과 원칙은 변함없다”고 밝혔다. 수능 일정과 출제범위, 난이도 조절이 재학생에게 유리하다는 보장이 없고, 또 다른 형평성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도 “수능을 더 미루거나 출제범위 등을 조정하는 게 재학생에게 유리할지 모르는 일”이라며 “현재로썬 학생·학부모의 예측 가능성을 위해서라도 대입에 손대지 않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교육부가 올해부터 추진하는 ‘고교 블라인드’를 한시적으로 유예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고교 블라인드는 출신학교의 후광효과를 차단하기 위해 학종 서류‧면접에서 학교‧지역‧인적사항 등의 정보를 가린 채 평가하는 제도다. 학교 간 교육환경 격차를 배제한 채 공정하게 학생을 선발하자는 취지이나, 코로나19로 학생부 기재내용 부실해진 올해는 블라인드까지 하면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교사와 학생‧학부모는 수시 원서접수를 석 달 남겨놓고 있어 교육부의 빠른 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청한 서울의 한 일반고 교사는 “등교가 개시된 상황에서 학생들이 대입에서 ‘선택과 집중’을 하려면 평가요소가 뭔지 정확히 알아야 하는데 아직 제대로 된 정보가 없다”며 “고3이나 피해학교 구제방안을 빨리 결정해 안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