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역 중사, 선수라는 호칭 둘 다 좋아요. 편한 대로 불러주세요.”
하재헌(26) 예비역 중사의 말이다. 지난 2015년 북한의 목함 지뢰를 밟아 두 다리를 잃은 하 중사. 그는 이제 운동선수다. 지난해 4월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장애인조정선수단에 입단하면서다. 이미 금메달도 목에 걸었다. 지난해 10월 전국장애인체육대회(장애인체전) 남자 싱글스컬 PR1 부문에서 1위를 기록했다. 지난 4일 현충일을 앞두고 조정 선수로 제2의 인생을 사는 하 중사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잊을 수 없는 2015년 8월
“정말 순식간이었죠. 발을 디뎠는데 폭발음이 들렸고…눈떠보니까 바닥에 앉아있더라고요.”
두 다리를 절단했다. 수술만 21차례 받았다. 하 중사는 “다리만 다친 게 아니라 지뢰 파편이 엉덩이·등에도 튀어 심한 화상을 입었다”며 “전신마취를 19번 하고, 마약성 진통제를 맞느라 한 달간 제정신이 아니었다”고 회상했다. 당시 심경을 묻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큰 고통에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부정적인 생각을 할수록 힘들었다”며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수차례 수술을 받은 후 그는 군에 다시 복귀했다. 국군수도병원에서 근무하며 5년간 군 복무를 정상적으로 마치고 전역했다.
“목표는 올림픽 금메달”
하 중사가 속한 SH공사 장애인조정선수단실업팀은 그가 합류하면서 만들어졌다. 하 중사는 “‘장애인 선수 실업팀을 만들건데 함께 하자’는 감독님의 이야기를 듣고 힘을 모아 팀을 꾸리게 됐다”며 “장애인 선수 실업팀은 많지 않아 생계유지 때문에 운동을 그만두는 장애인들이 많아 안타깝다”라고도 말했다. 그는 “회사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해준 덕분에 이렇게 팀을 잘 운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 중사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꿈꾸고 있다. 그는 “코로나19로 일본 도쿄올림픽이 1년 미뤄졌는데, 오히려 연습할 시간을 벌어서 좋다”고 웃었다. 요즘에도 여전히 경기도 하남 미사리에서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대중에게 잊혀져…홀로 견뎌야 하는 시간”
“‘응원한다’ 한마디라도”
“6·25전쟁, 월남전 생존자분들을 포함한 국가유공자가 매우 많아요. 그분들이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뉴스를 보면 씁쓸하죠. 국가유공자들에게 ‘응원한다’ 말 한마디만 해주셔도 정말 큰 힘이 됩니다.”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