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서 최씨는 박 전 대통령을 보좌하려고 남편 정윤회씨와 이혼했고, 이후 청와대에서 ‘투명인간’처럼 지냈다고 회고했다. 그는 “내가 권력·명예를 좇는 사람이었다면, 어떻게든 한 자리 차지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그러나 가족도 없는 그분의 허전한 옆자리를 채워드려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고 했다. 이어 “그 무렵 가족들과도 소원해졌다. 정 실장(정윤회 전 비서실장)과도 수시로 갈등을 겪었다”고 밝혔다.
옥중수기 『나는 누구인가』 8일 출간
“정윤회가 보좌 말라 수차례 권유
진작 박 대통령 못 떠난 게 후회돼”
최씨는 “그런데 정윤회라는 방패가 없어지니 최태민의 딸, 최순실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나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됐고, 그게 비극적인 내 운명의 시작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청와대에 들어갈 때 투명인간이 돼야 했고, 비서 외엔 그 누구에게도 노출되지 않았다. 그분(박 전 대통령)이 싫어하셨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내 개인사에 관심조차 없었다”며 “내가 뭘 먹고 사는지, 이혼했는지, 이런 건 대화의 소재가 되지도 않았다”고 했다. 이어 “내가 그분 곁을 떠났다면 훌륭한 대통령으로 임기를 마칠 수 있었을까. 진작 떠나지 못한 나 자신이 후회되고 한스럽다”라고도 했다.
책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 목사에 관련된 소문에 대한 입장도 나온다. 최씨는 “박정희 대통령의 이미지에 흠을 내기 위해 나의 아버지를 이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비판하는 세력의 한가운데 서 있었던 사람이 바로 김재규 당시 중앙정보부장”이라고 했다.
그는 “아버지가 심령술로 박 대통령의 마음을 흔들었다는 이야기부터 우리 조카 아이(장시호)가 아버지와 박 대통령 사이의 딸이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가족들은 명예훼손으로 고소라도 해보자고 했으나 아버지는 박 대통령에게 누가 될 뿐이라며 극구 반대했다”고 회고했다. 또 “그들은 샤머니즘의 늪을 만들어 아버지를 빠뜨리고 주술사로 만들었다”라고도 했다. 최씨는 “대통령에게 불려가 친국을 받고 온 아버지는 평범한 소시민으로 살아가겠다는 결정을 하신 것 같았다”며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억울하게 음해를 당한 아버지를 위해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다. 이후 아버지는 그 허탈함과 비애감에 꽤 오랫동안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냈다”고 했다. 이경재 변호사는 9일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출간 관련 기자회견을 연다.
임장혁·이수정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