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들 코로나 맞기 전에 매출 이미 마이너스

중앙일보

입력 2020.06.04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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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이자를 낼 만큼의 돈도 벌어들이지 못한 기업의 비중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커졌다. 기업들의 매출액도 4년 만에 뒷걸음질 쳤다.
 
한국은행은 3일 이런 내용의 ‘2019년 기업경영분석(속보)’을 발표했다. 한은이 외부감사대상 비금융 영리법인 기업 2만5874개를 상대로 조사한 지난해 성적표다.

한은 2019년 2만5874곳 경영분석
이자도 못버는 기업 비율 사상최대
수출 부진으로 대기업이 더 타격
부채 비율은 1년새 93.1→95.4%
올해는 코로나로 상황 더 나쁠 듯

기업경영분석 주요 지표

성장세 둔화가 두드러진다. 2017년 9.9%를 기록했던 매출액 증가율은 2018년 4.2%로 반 토막이 나더니, 지난해엔 아예 -1.0%로 고꾸라졌다. 1년 동안 기업을 굴렸는데 덩치가 커지긴커녕 쪼그라든 셈이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018년 4.5%에서 지난해 -2.3%로 급락했다. 자동차와 조선이 상승했지만, 석유·화학 등을 중심으로 큰 폭 하락했다. 비제조업도 건설업을 중심으로 같은 기간 3.8%에서 0.8%로 하락했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4.3%→-1.5%) 하락 폭이 중소기업(3.9%→1.5%)보다 상대적으로 컸다. 지난해 한국 경제를 강타한 수출 부진의 여파다.
 
수익성도 나빴다. 2019년 이들 기업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4.7%였다. 전년보다 2.2%포인트 하락했다. 장사도 안 되는데 팔아도 남는 게 별로 없다는 의미다. 한은 관계자는 “세부적으로 매출 원가와 판매관리비 비중이 상승해 이익률이 낮아졌다”고 말했다.


이자보상비율도 2018년 593.3%에서 지난해 360.9%로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자보상비율은 영업이익을 금융비용(이자)으로 나눈 값이다. 기업이 돈을 빌려 이자를 갚을 수 있는 능력을 보는 지표다. 이게 낮아진다는 건 기업이 건강하게 성장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특히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기업(이자보상비율 100% 미만)의 비율은 34.1%로 2013년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올랐다. 기업 중 3분의 1 이상이 돈을 벌어 이자도 채 갚지 못한다는 얘기다. 매출액 영업이익률이 하락한 반면 금융비용 부담은 커진 탓이다.
 
실적이 좋지 않으니 안정성에도 문제가 생긴다. 일단 부채비율이 2018년 93.1%에서 지난해 95.4%로 상승했다. 제조업(63.6%→63.7%)과 비제조업(142.7%→147.8%) 모두 올랐다. 차입금 의존도 역시 소폭 상승했다. 순현금흐름(전체 기업 평균)은 2018년 순유출에서 지난해 3억원 순유입으로 전환했다. 벌이도 줄었지만, 투자를 더 줄였기 때문에 나타나는 불황형 흑자다.
 
범위를 좁혀 국내 상장사 2000대 기업을 분석해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지속성장연구소가 2000대 상장사 경영 실적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 규모는 1541조원으로 전년보다 0.8% 축소됐다. 영업이익도 79조원으로 전년보다 42.3% 줄었고, 영업이익률은 5.1%로 최근 10년 중 최저 수준이었다.
 
기업별로 보면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감소하거나 영업 손실을 본 기업이 71%(1419곳)에 달했다. 기업 10곳 중 7곳꼴이다. 지난해 순이익이 감소한 기업도 60.3%(1205곳)였다.
 
신경수 지속성장연구소 대표는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기업들의 매출과 영업이익·순이익이 더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며 “원가 절감을 비롯한 생산성 향상뿐 아니라 고부가 제품·서비스를 통한 이익 창출 방안이 절실한 때”라고 말했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