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한국 산업의 길 ② 위기 속 기회 맞은 K바이오 〈중〉
바이오시밀러는 바이오 산업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최초로 세계적 바이오 기업이 나올 수 있게 해 준 ‘효자’다. 셀트리온은 세계 최초로 바이오시밀러를 세상에 내놨다. 2012년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세계 최초로 바이오시밀러 ‘램시마’ 판매 허가를 결정했고, 그해 8월 램시마가 세상의 빛을 볼 수 있었다. 램시마는 존슨앤드존슨의 제약부문 자회사 얀센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인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다. 뒤이어 셀트리온은 혈액암 치료제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와 유방암·위암 치료제 ‘허쥬마’를 연달아 성공시키며 바이오시밀러 ‘삼총사’를 만들어냈다.
복제약은 오리지널약 가격의 70%
바이오베터는 2~3배 더 비싸
복제약 시장, 2025년 80조원 예상
5년 뒤 특허만료 많아 경쟁 더 격화
바이오시밀러 수출, 4년 새 5배로 늘어나
현재 세계 주요 4대 바이오시밀러 중 약 3분의 2를 국내 기업이 생산 중이다. 2018년 국내 기업 바이오시밀러 수출 실적은 2014년 대비 5배 증가했을 정도로 성장세가 가파르다. 잘 키운 바이오시밀러는 원조를 뛰어넘기도 한다. 램시마는 2018년 오리지널 의약품 레미케이드의 판매량을 제쳤다. 의약품 시장조사 업체 아이큐비아(IQVIA)에 따르면 램시마는 지난해 3분기 유럽에서 59%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코로나 뒤 유럽·미국서 수요 더 늘어날 듯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연평균 48% 성장했다. 2025년에는 663억 달러(약 8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철저하게 규모의 경제 원리가 작동한다. 다른 나라 기업도 규모와 시설만 갖춘다면 얼마든지 강력한 경쟁자가 될 수 있다. 한국이 글로벌 1위 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2017년 화이자가 레미케이드의 복제약을 FDA로부터 승인받은 것이 단적인 사례다. 결국 복제약의 근본적인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차별화된 전략이 향후 시장 지배의 관건이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오리지널약 특허가 가장 많이 풀리는 시기인 2025년에는 레드오션이 되고, 더 많은 기업이 도전할 텐데 품질과 가격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바이오시밀러의 다음 격전지는 일종의 개량 신약인 ‘바이오베터’다. 기존 바이오 의약품 효능과 편의성을 개선한 바이오베터는 신약에 맞먹는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 K바이오의 차세대 대표주자로 부각되고 있다.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70% 안팎의 가격이 책정되지만 바이오베터는 외려 2~3배 비싸게 팔리기도 한다. 셀트리온의 ‘렘시마SC’가 대표적이다. 램시마SC는 셀트리온이 앞서 정맥주사형으로 개발한 ‘램시마’의 제형을 피하주사형으로 변경한 제품으로, 환자가 매번 병원에 가지 않고 스스로 투약할 수 있다.
약물 지속성을 늘려 투여 횟수를 줄이는 방식의 바이오베터도 있다. 한미약품은 바이오의약품의 약효를 늘려주는 플랫폼 기술인 ‘랩스커버리’를 적용해 바이오베터 ‘롤론티스’(호중구감소증 치료제)를 내놨다.
오태광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글로벌 시장에서 바이오베터가 오리지널 제품보다 더 성공하기도 한다”며 “K바이오는 결국 바이오베터 시장에서 승기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오시밀러(Biosimilar)
의약품은 크게 ‘화학합성 의약품’과 ‘바이오 의약품’으로 나뉜다. 바이오 의약품이란 유전자재조합·세포융합 등 바이오 기술을 활용해 만든 새로운 물질이나 항체 등이다. 이때 바이오 ‘시밀러(similar)’는 바이오 의약품의 복제약이라는 뜻이다. 살아 있는 단백질 세포를 이용하는 바이오의 특성상 오리지널 의약품과 완벽하게 똑같이 만들어낼 수 없어 ‘시밀러’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바이오베터(Biobetter)
오리지널 바이오 의약품을 기반으로 효능이나 안전성, 편의성 등을 개량한 약이다. 기존 바이오 의약품보다 더 낫다는 의미로 ‘바이오베터’라 불린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