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 당국이 “아프면 사나흘 집에서 쉬어라”고 강조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부천시가 지난달 23일~이달 1일 공개한 확진자 38명의 동선을 분석했더니 14명이 증상 발현 후 아파도 일을 나간 것으로 드러났다. 작업 중 증상이 시작된 경우도 있다. 두 가지 일을 하는 ‘투잡’ 일용직도 이런 신세였다. 30대 여성은 지난달 24일 쿠팡 물류센터에서 밤새워 일하고 귀가했는데, 다음날 기침·두통이 왔다. 그런데도 이날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독서실에서 아르바이트했다. 한 보험회사 직원은 지난달 23~24일 주말 내내 쿠팡에서 일했고, 코로나19 증상이 왔는데도 다음날 회사에 나갔다.
‘아프면 사나흘 쉰다’ 현실성 없어
쿠팡센터 일용직 열 중 넷은 무시
소득 최소 50% 대주는 질병수당
“문케어만큼 중요, 논의 시작해야”
건강보험공단 산하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이 지난해 1월 펴낸 ‘상병수당제도 도입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사회보장협회(ISSA) 182개국 중 19개국만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과 미국만 없다. 국제노동기구(ILO)가 1952년 이미 기준을 제시했다. 한국은 99년 국민건강보험법을 만들 때 50조에 담았다. 하지만 한 번도 논의한 적 없다.
건보연구원 추계에 따르면 한 해 최저 8055억원, 최대 1조7718억원 든다. 복지부가 상병수당에 관심 있는 것 같지만 실은 건보 보장성 강화(일명 문재인 케어)에 마음이 가 있다. 대통령 이름이 붙은 정책이다. 박 장관은 당시 국회에서 “긴급성 측면에서 어느 것이 더 급한지 놓고 보면 급여 확대가 우선순위에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건보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문재인 케어 효과가 가시화되면 의료비 부담은 줄일 수 있다. 하지만 학계는 질병으로 인한 가계 파탄의 이유가 의료비 부담보다 소득 상실에 더 큰 원인이 있다고 본다”며 “건보 보장성 강화만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에 소득 손실 보장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도입 폭을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운영위원장은 “우리는 연차도 못 쓰고 아파도 참고 일한다. 소득이 부족하거나 불안정 취업자가 많아서 질병이나 심지어 전염병 감염 위험이 있어도 생업에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오 위원장은 “진료비 지원(건보 확대)만으로 의료 복지를 다했다고 할 수 없다. 질병으로 인한 소득 단절을 외면해 왔다. 21대 국회 초반에 논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장기요양보험료처럼 상병보험료를 걷거나 국고 지원금을 늘리면 된다”고 덧붙였다.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큰 병 걸린 경우에만 적용하고 5, 7일 정도 대기기간(5, 7일 이후부터 수당 지급)을 둬서 오·남용을 막아야 한다”며 “코로나19 같은 비상사태가 생기면 대기기간을 한시적으로 없애는 식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