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한국 산업의 길 ② 위기 속 기회 맞은 K바이오 〈상〉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총 73개 국내 진단키트 업체가 세계 110여 개국에 약 5646만 명분의 코로나 진단키트를 수출했다(지난달 19일 기준). 진단키트는 바이오산업의 작은 부분에 불과하지만 세계로 뻗어가고 있는 한국 바이오산업의 첨병이 되고 있다. 미국 CNN 등 외신은 한국 진단키트를 세계 최고라고 극찬한다.
미국 애브비 신약 1개 매출 연 23조
“미래 성장동력 되려면 규제 풀어야”
문제는 바이오산업의 ‘꽃’이라는 신약이다. 제약산업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1조 달러(약 1224조원)에 이른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의약품인 미국 애브비의 자가면역치료제 휴미라의 연 매출이 약 23조원에 달한다. 제대로 된 신약 하나만 개발해도 순식간에 글로벌 기업으로 변신할 수 있다. 하나의 신약이 나오기까지는 최소 1조원 이상의 돈과 10년 이상의 개발기간이 걸린다. 선두주자의 연매출이 1조원을 갓 넘는 한국 제약사들로서는 신약 개발을 위한 투자가 엄청난 리스크로 작용한다.
세계시장 규모가 5000억 달러(약 612조원)에 달하는 의료기기 분야도 넘기 어려운 벽이다. 소위 ‘GPS’(GE·필립스·지멘스)로 불리는 글로벌 의료장비 회사들이 세계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채수찬 KAIST 바이오헬스케어 혁신·정책센터장 겸 부총장은 “세계 의약품과 의료기기 시장 규모는 반도체(800조원)와 자동차(600조원)를 합친 것보다 크고, 성장세도 가파르다”며 “한국의 바이오 헬스 산업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자라나려면 데이터 활용과 원격진료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통해 규제개혁을 넘어 제도를 하나하나 만들어 주는 시스템적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준호 과학·미래 전문기자 joo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