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셍지수 상승은 나흘 만이다. 미·중 신(新) 냉전의 첫 희생양으로 홍콩이 거론되고, 자본 및 기업의 엑소더스(exodus·대탈출) 우려가 커졌지만, 최악의 시나리오는 면했다는 안도감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외부선 홍콩 자본·인력유출 우려
현지 금융전문가 “여기는 차분”
홍콩 정부가 관리하는 외환펀드
유동성 위기 막을 수준 꾸준히 유지
“특별지위 박탈”에도 주가 급등
중앙일보가 지난달 31일과 이달 1일 통화 및 e메일로 인터뷰한 홍콩의 국제금융 뱅커와 미국 싱크탱크의 전문가 역시 “실상은 보기보다 차분하다”는 분위기를 전했다. 양측 모두 사안의 민감성을 이유로 익명을 전제로 인터뷰에 응했다.
홍콩의 국제 금융 뱅커는 “비상계획 검토는 마쳤지만 자본 엑소더스 전망에 대해선 신중한 편이다”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미·중이 홍콩 대리전에서 극단의 선택을 하는 건 양국 모두에 비용만 많고 편익은 적은 카드”라며 “대신 긴장을 조금씩 높여가며 서로 분위기를 떠보고 흥행을 도모할 것으로 본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미국의 홍콩 때리기를 허장성세(虛張聲勢)로 해석하면 오산이라는 게 워싱턴 측의 전언이다. 워싱턴 유력 싱크탱크 소속 국제문제 전문가는 “홍콩은 중국과 대리전의 배틀그라운드”라며 “홍콩 경제의 위기는 중국 경제 추락으로 이어질 것을 미국 정부는 잘 알고 있으며, 급히 행동하지는 않을 것이다”이라고 워싱턴의 속도 조절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 요인들과도 가깝다.
그는 이어 “중국 공산당은 2008년께부터 홍콩의 중국화(Chinatizing)를 본격화했으며, 현재의 홍콩은 과거의 국제금융 허브로서의 가치를 잃었다는 게 워싱턴의 결론”이라며 “일부 강경파는 홍콩은 중국의 (돈) 세탁기에 그친다고까지 얘기한다”고 전했다. 이번에 행동을 취하진 않았을 뿐, 앞으로 유력 수단으로 홍콩을 흔들 수 있다는 의미다. 모건스탠리가 지난달 28일 내놓은 미·중 갈등 관련 보고서도 “중국 위안화의 역외 지급총액의 72%가 홍콩에서 이뤄진다”며 “홍콩은 중국 위안화의 본거지가 되고 있다”고 평했다.
국제경제학회장을 지낸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홍콩의 특별 지위를 박탈할 경우, 미국이 민감하다고 분류하는 정보통신(IT) 기술이 홍콩에서 거래되는 게 금지된다”며 “이 부분이 홍콩엔 실질적 타격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