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은 2018년 6월 15일 이사회를 열어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의결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한 지방선거 이틀 뒤에 나온 결정이었다. 하지만 한수원은 이보다 3개월 앞서 작성한 자체 분석 보고서에선 월성 1호기를 정지하는 것보다 계속 가동하는 것이 3707억원 이득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국회는 지난해 9월 감사원에 한수원의 결정이 타당했는지 판단해달라며 감사를 요구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감사원은 감사 요구를 받은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감사 결과를 국회에 제출해야 하고, 최대 2개월 더 연장할 수 있다. 지난 2월이 제출 시한이었지만, 감사원은 그때까지 실무적인 감사 절차도 마무리하지 못했다.
관련 회의를 잇따라 열고서도 발표가 지연되자 뒷말이 무성해졌다. 이에 대해 감사원 관계자는 “기술적인 감사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포항 지진에 대한 감사의 경우 1년 걸렸다. 월성 1호기 감사도 기술적으로 복잡해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빠르게 감사를 진행하다 보니 부족한 점이 있어 보류 결정이 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최재형 감사원장과 5명 감사위원간의 충돌을 의결 보류의 주원인으로 꼽는다. 한수원 결정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두고 현 정부에서 임명된 친여 성향의 감사위원들이 제동을 걸면서 발표가 늦어지고 있다는 의혹이다. 감사위원회 회의가 끝난 뒤 총선 기간 휴가를 떠난 최 원장의 행보도 이런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최 원장은 감사보고서 보류 결정이 난 직후인 지난 4월 20일 월성 1호기 감사를 맡아왔던 이준재 공공기관감사 국장을 산업금융감사 국장으로 발령냈다. 대신 이 자리에 유병호 전 심의실장을 앉혔다. 이 국장은 임명된 지 4개월밖에 되지 않아 이례적인 인사이동이다.
특히 최 원장은 인사 당일 실·국장 회의에서 “외부의 압력이나 회유에 순치된 감사원은 맛을 잃은 소금과 같다”, “검은 것은 검다고, 흰 것은 희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등의 발언을 했다. ‘월성 1호기 감사에서 정부 눈치 보지 말라는 취지 아니겠냐'는 해석이 나왔다. 다만 감사원 관계자는 “성역 없는 감사는 최 원장이 취임 초부터 했던 발언”이라고 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