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아동 크리에이터 십계명으로 서로 보호하며 슬기롭게 유튜브 이용할까요

중앙일보

입력 2020.06.01 08:00

수정 2020.06.02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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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 학생기자단이 머리를 맞대고 완성한 아동 크리에이터 보호 십오계명 후보군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왼쪽부터 김온유·김리나·조유민 학생기자, 김상현 교사, 남재준·김율아 학생기자.

소중 독자 여러분은 유튜브서 또래 아동 크리에이터들의 영상을 많이 보나요. 지난 2019년 8월, 아동 크리에이터 채널이 지상파 방송국을 넘는 수익을 기록했다는 등의 보도가 나와 화제 된 바 있죠. 아동 크리에이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요. 이후 모 채널서 보호자 등이 아이들을 촬영하면서 일부 강압적인 행동을 요구했고 아동 학대에 속한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교사 모임 몽당분필 소속 김상현(경기도 다솔초) 선생님 등 일부 교사는 지난 1월 세이브더칠드런과 협업해 '아동 크리에이터 인권 캠페인' 영상을 게재했죠. 이들은 "Z세대 아이들과 유튜브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비디오 플랫폼이고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바르게 안내하며 적당한 교육적인 지원과 개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취지로 세이브더칠드런에서 진행한 '유튜브 아동 인권 십계명' 캠페인 영상에 동참했다"고 밝혔는데요. 이후 초6 사회 교과서에 나오는 아동 인권 부분과 연계해 수업한 바 있습니다. 크리에이터 활동에 관심 많은 소중 학생기자단이 김 선생님을 만나 관련 활동을 배웠습니다. 여러분도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집에서 '나만의 유튜브 활용 계명'을 만들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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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상현 선생님이 서울 논현동 소중 스튜디오서 학생기자단을 맞았습니다. 그의 손엔 포스트잇, A4용지 등이 들려 있었죠. "아동 크리에이터 채널을 살핀 후 각자 문제점을 생각해 볼 거예요. 이후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공유해 봅시다." 김 선생님은 몽당분필의 10계명 영상을 미리 보고 온 학생기자단에게 자신이 나온 지진 대피 훈련 영상을 선뵀죠. "우와!" "와하하하" 웃음소리가 스튜디오를 가득 채웠습니다. "보통 수업 시간에 보는 지진 대피 훈련 영상은 집중하기 어렵지만 선생님이 직접 등장해 연기하면 주목도가 올라가잖아요." 학생기자단이 선생님의 촬영 취지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죠. "선생님은 좋아서 찍은 거지만 만일 찍기 싫은데 보호자 등의 이유로 영상을 촬영해 올린다면 올바른 아동 크리에이터 환경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학생기자단이 고개를 저었어요. "혹은 여러분 중 무차별적으로 남을 비방 혹은 비하하는 영상을 몰래 찍어 올리는 건 어떨까요. 선생님 학교에 실제 이런 일이 있었죠. 마음에 안 든다고 몰래 다른 친구를 촬영해서 유튜브에 올린 거예요. 그걸 2000명이 봤죠. 당사자는 모르다가 2000명이 본 상태에서 유튜브에 자기 얼굴 올라간 걸 뒤늦게 파악 후 선생님한테 신고한 적이 있었어요." 학생기자단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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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온유·김리나·조유민 학생기자와 김상현 교사, 남재준·김율아 학생기자(왼쪽부터)가 유튜브 영상 촬영용 도구를 들고 카메라를 향해 웃어 보였다.

선생님은 다른 나쁜 사례도 제시했죠. "수년 전엔 한 남학생이 보호자가 씻는 모습을 몰래 촬영해 유튜브에 올린 적 있죠." 학생기자단이 또 한 번 놀랐어요. 남재준 학생기자는 불쾌하다는 듯 말했죠. "왜 저를 보고 말하세요?" 선생님이 모두에게 눈을 맞추며 말한 것을 오해할 만큼 기분 나쁜 예시였습니다. 선생님은 남 학생기자를 다독인 후 말을 이었죠. "틀린 가치관을 반영해 콘텐트를 올리는 일도 있죠. 많은 친구들이 여학생이 머리를 자르면 '너 남자냐' 얘기해요. 또, 체육 시간에 축구하는 여자 친구에게 '여자니까 하지 마' 하는 말도 하죠. 이런 잘못된 가치관이 영상에 들어가면 안 되겠죠. 영상 속 그릇된 가치관을 보며 무의식중에 '저게 사실'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을 테니까요."
 

김 교사가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아동 크리에이터를 보호해야 하는 이유 등에 관해 설명했다. 크리에이터 활동에 관심 있는 이들은 저마다 악성 댓글 방지 필요성에 목소리를 높였다.

선생님은 배경 설명을 한 후 학생기자단과 십계명 제작에 나섰죠. "우리 사회의 실제적인 변화와 움직임을 교과서가 즉각적으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요. 변화가 너무나 빠른 현대사회에서 어찌 보면 당연하기도 하죠. 학급에서 아이들이 영상을 찍고 업로드할 때의 주의점을 가르치긴 하지만 공식적인 규칙이 있었으면 할 때가 있었거든요. 다만 저는 아이들이 직접 고민하고 생각해 볼 기회를 주고 싶어서, 스스로 자료를 수집하고 토의해서 우리 반만의 가이드라인을 만든 다음 세이브더칠드런의 가이드라인과 비교하고 함께 공부했죠. 여러분과도 해볼 거예요." 선생님이 수업 시간에 하는 방식은 이래요. 첫째, 6학년 사회에 나오는 NGO가 하는 일에 대한 이해와 연계해 세이브더칠드런에서 하는 일 조사해서 소개 영상을 만들어요. 둘째, 상영회를 합니다. 셋째, 아동 크리에이터와 관련된 사회문제를 기사 등을 읽으며 인식하죠. 넷째, 아동 크리에이터를 지키기 위해 지켜야 할 행동수칙을 토의합니다. 다섯 번째, 행동 수칙을 포스트잇 등에 자유롭게 적고요. 여섯 번째, 비슷한 내용을 묶어 관련 있는 행동 수칙을 분류합니다. 일곱 번째, 분류된 행동 수칙과 세이브더칠드런의 십계명을 비교하는 거예요. 학생기자단도 이에 따라 각자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포스트잇에 붙였죠.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친구들이라 진중하게 활동에 임했습니다. 학생기자단의 주장을 정리하니 십오계명이 됐어요. 이를 보고 여러분도 어떤 계명을 만들었는지 소년중앙 홈페이지(sojoong.joins.com)에 공유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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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사회 수업 시간에 학생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요. "미디어를 대할 때 중요한 태도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해 봤다는 반응을 얻었죠. 스스로 만든 계명이 세이브더칠드런 계명과 비슷해 뿌듯하다는 의견도 있고요. 학생들이 충분히 실천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도 얻었죠." 선생님은 아동 크리에이터 직업의 단점만 부각해 터부시하기보다 사회 변화의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보고 건강하게 지지해야 한다고 말해요. "아동 크리에이터를 직업보다 영상으로 표현하는 것을 좋아하는 모든 아이라고 정의해요. 우려하는 점도 있죠. 크리에이터라는 말이 최근에 많이 일반화되면서 ‘직업’이라는 관념이 자리 잡았죠. 경제적인 부분이 관여가 되다 보니 ‘돈벌이의 수단이 될 수 있다’ ‘벌써 돈을 벌려고 그러냐’ 등 비판도 있지만요. 아이들의 표현방식 중 하나란 점도 있죠. 영상으로 자신의 끼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많아요. 특히 지금의 10대는 어릴 때부터 영상 미디어를 많이 접한 세대라 영상으로 표현하는 것에 더 익숙하고 표현력을 발휘하기도 하거든요."


 

소중 학생기자간이 김 교사의 지도에 따라 각자 아동 크리에이터를 위해 지킬 촬영 수칙을 만들었다.

선생님은 자신을 표현하려 영상을 제작했지만 악성 댓글에 상처받는 학생에게도 조언을 건넸죠. "첫째, 하고 싶은 대로 바로 대응하지 마세요. 답을 하려는 손을 잠깐 멈추세요. 악성 댓글에 대댓글을 달아서 오해를 풀 수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오해가 풀리기는커녕, 그 사람의 먹잇감이 될 뿐이에요. 둘째, 보호자나 선생님에게 도움을 요청하세요. 어른들은 여러분을 보호하기 위한 법과 규칙을 만들고 계속 고쳐나가고 있어요. 어른들에게 알리면 일이 커질까 봐, 주변에서 비겁하다며 괴롭힐지도 몰라서 눈치 보며 끙끙대지 마세요. 셋째, 불쌍하게 생각하세요. 익명성의 뒤에 숨어 다른 사람에게 악성 댓글로 피해를 주려는 딱 그 정도의 사람입니다. 그들은 대화하기 위해 악성 댓글을 쓴 게 아니에요. 자신의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남에게 상처 주는 마음에서 시작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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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속 아동 인권을 보호하는 영상 촬영법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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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말: 세이브더칠드런 유튜브아동인권캠페인·이정은(경기도 운산초) 교사
목표
새로운 미디어 환경의 능동적인 참여자로서 아동 인권을 보호하는 방법을 알아봅니다.
생활 속에서 아동 인권 보장이 필요한 사례를 탐구하고 중요성을 인식하고 인권 보호를 실천하는 태도를 기릅니다.
준비물
아동 크리에이터의 유튜브 영상, 포스트잇, 매직펜, A4용지 등 적을거리
주요 활동
① 친구들이 즐겨보는 아동 크리에이터의 영상을 가족과 함께 봅니다.
② 문제점이 보이는지 토의한 후 어떤 걸 개선하면 좋을지 가족 구성원 각자 적습니다.
③ 각자 적은 문제점을 포스트잇에 한 줄로 옮긴 후 A4용지에 붙입니다.
④ 겹치는 문제점이 있는지 살피고 개선점을 토의합니다.
⑤ 문제점, 개선점, 토의 내용을 바탕으로 아동 크리에이터 보호 계명을 만듭니다.
 

세이브더칠드런 아동 크리에이터 촬영법 십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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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자유롭게 생각을 말할 수 있게 아이를 존중합니다.
② '영상을 잘 만들어내는 것'보다 안전이 우선입니다.
③ 아이가 마음의 상처를 입지 않도록 돕습니다.
④ 아이에게 영상 관련 설명을 충분히 하고 동의를 구합니다.
⑤ 아이에게도 사생활이 있고 초상권은 보호해야 합니다.
⑥ 아이의 개인정보를 소중하게 다룹니다.
⑦ 건강한 놀이 환경을 만듭니다.
⑧ 아이가 올바른 가치관을 가질 수 있게 돕습니다.
⑨ 아이의 미래를 상상합니다.
⑩ 아이가 행복한 유튜브 환경을 만듭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만든 아동 크리에이터 촬영법 십오계명

소중 학생기자간이 김 교사의 지도에 따라 각자 아동 크리에이터를 위해 지킬 촬영 수칙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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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영상에서 욕을 쓰면 안 돼요. (온유·유민·율아)
② 악성 댓글을 달면 안 돼요. (유민·율아·재준)
③ 아동이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게 고운말·바른말 댓글을 달아요. (리나)
④ 다른 유튜버를 비하하면 안 돼요. (율아)
⑤ 자신의 소신대로 영상을 촬영해요. (율아)
⑥ 다양한 콘텐트를 접해요. (율아)
⑦ 아동이 촬영하고 싶을 때 촬영을 해요. (리나)
⑧ 인기 콘텐트를 따라 하기보다 또래들이 공감할 수 있는 사소한 것부터 시작해요. (율아)
⑨ 기분 나쁘게 만드는 영상은 찍지 말아요. (온유)
⑩ 아이의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는 영상은 찍지 않아요. (리나) 
⑪ 아이가 고통스럽거나 위험하지 않은지 다시 생각해요. (온유)
⑫ 같이 찍는 사람에게 동의를 구하고 영상을 찍어요. (유민)
⑬ 아동이 하기 싫은 행동은 억지로 하지 않아요. (유민)
⑭ 자신이 하고 싶은 주제, 찍고 싶은 영상을 촬영해요. (온유·율아)
⑮ 수익 때문에 아이를 이용해선 안 돼요. 과한 연출도 피합니다. (유민) 
 
글=강민혜 기자 kang.minhye@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동행취재=김리나(서울 영훈초 6)·김온유(경기도 광성드림학교 6)·김율아(경기도 소하초 6)·남재준(서울 도성초 6)·조유민(경기도 매송초 4)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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