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뜻" "과거 돌아봐라"···여야, '소주회동' 이틀만에 신경전

중앙일보

입력 2020.05.31 18:46

수정 2020.05.31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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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문희상 국회의장 출판기념회 및 퇴임식에서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와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가 나란히 앉아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177석을 확보한 것은, 과반을 갓 넘긴 것과는 전혀 다른 상황임을 미래통합당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

"민주당은 과거에 했던 말을 돌아보길 바란다. 협상에 나서주던지 힘이 있으니까 맘대로 다 가져가던지 민주당에 달린 일이다."(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 

 
지난 29일 서울 모처에서 '소주 회동'을 했다는 양당 원내대표는 이틀 만에 날선 신경전을 벌였다. 21대 국회 원 구성 협상은 시작부터 교착국면에 접어드는 모양새다. 협상 전 김 원내대표가 9일 대구로 내려가 부친상을 당한 주 원내대표를 위로하고 주 원내대표가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과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11주기 행사에 참여하며 감돌았던 훈훈한 기운은 사라져 가고 있다. 
 
31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진 김 원내대표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국회법에 따라 6월 5일 개원해 국회 의장단을 선출하겠다"며 "통합당은 개원이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고 협조해달라"고 공개 요구했다. 국회법(5조3항)에 정해진 21대 국회 첫 임시회 개최 시점(임기 개시 후 7일)에 대한 합의가 안 된다면 민주당 단독으로 열겠다는 압박이다. 김 원내대표는 "어렵지 않게 국회법이 정한 날에 개원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5일 개원까지 다른 사안과 연계해 합의하지 못하겠다는 야당의 태도에 충격을 받았다"고도 했다.
 
주 원내대표는 상임위원장 배분 협상의 가닥이 잡히기 전까지 개원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6월 5일 개원해서 국회의장을 뽑고 나면, 민주당이 상임위원장을 마음대로 임명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데 그걸 어떻게 협조해주느냐"며 "'일하는 국회'라는 건 원구성 협상을 힘으로 밀어붙이기 위한 프레임"이라고 반박했다. 
 

김태년 둘러싼 민주당 내 '강경론'

원 구성 협상이 교착에 빠진 건 양당이 모두 법사위원장과 예산결산특별위원장 자리를 내놓을 수 없다고 버티면서 다른 상임위원장 자리 배분 문제까지 진도가 나갈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민주당의 '강공' 전술은 '177석 거여(巨與) 탄생'이라는 지난 총선 결과에 대한 의미부여에서 출발한다. 


김 원내대표는 "국민들은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에 177석이라는 과분한 의석을 주셨다"며 "집권여당으로 높은 책임감을 갖고, 국민들의 삶을 책임 있게 챙기라고 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민주당은 177석인데 과반이 안 됐을 때와 동일하게 국회를 구성하자고 하거나 그런 상태에서 국회를 운영했던 관행을 되풀이하자고 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의석이 168석이 넘는다는 것은 모든 상임위에 민주당이 과반을 넘길 수 있다는 것이며, 하다못해 (위원 정원이) 짝수인 상임위까지도 그럴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1대 국회 개원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승래 원내선임부대표, 김 원내대표, 김영진 원내수석부대표. [뉴스1]

김 원내대표는 개원과 별개로 내달 8일이 기한인 상임위원장 선출과 관련해선 "최선을 다해 야당과 협상하고 합의해서 처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도 "(18석 상임위원장 독식 여부 등) 모든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를 둘러싼 당내 기류도 아직까진 강경론이 우세하다. "20대 총선에서 1석 차이로 1당이 갈렸던 것처럼 협상하면 안된다"(경기도 재선의원) "원칙론으로 밀어붙여야 한다"(충청권 재선 의원)이란 말들 외에 다른 목소리는 나오지 않고 있다.
 

민주 "6월 내 3차 추경 처리"한다지만….

김 원내대표는 "6월 내 3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처리하겠다"고 했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적극적인 대처를 위해선 필수적이고 속도가 생명"이라면서다. 29일 심야 회동에서도 주 원내대표는 "취지는 인정한다. 단 꼼꼼히 보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민주당 입장에선 3차 추경은 본예산 심사가 시작되는 8월 이전에 통과시켜야만 한다. 원 구성 문제가 6월 안에 매듭지어지지 않으면 이같은 일정을 맞추기 어려워 진다. 김 원내대표는 "꼼꼼히 심의하기 위해선 국회가 빨리 문을 열고 하루 빨리 구성해야한다"며 "계속 미루다가 막판에 허겁지겁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김영진 민주당 원내수석(왼쪽)과 김성원 통합당 원내수석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수석 회동에서 귀엣말을 주고받고 있다. [뉴스1]

▶질병관리본부의 청 승격·보건복지부 복수차관제(정부조직법 개정안)▶특수고용직근로자·플랫폼 노동자 고용보험 적용(고용보험법 개정안) ▶일하는 국회법(국회법 개정안) 처리 등도 민주당이 조기 원 구성을 압박하는 명분으로 내세우는 현안들이다.
 
그러나 최형두 통합당 원내대변인은 "민주당 지도부의 단독 임시회 소집, 국회의장 표결처리, 상임위원장 싹쓸이 주장은 지난 30여년간 대한민국 국회의 협치전통을 일거에 짓밟겠다는 것"이라고 맞섰다.

 
다만 주 원내대표는 김 원내대표의 기자간담회 이후 페이스북에서 "정치의 본령은 사회 통합, 국민통합"이라며 "국회가 정상 개원할 수 있도록 김 원내대표와 지혜를 모으겠다"고 했다. 김영진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일단 5일 임시회 소집을 요청해놓고 남은 기간동안 야당과 물밑 협상을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김효성·윤정민 기자kim.hyos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