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 당할 위기에 처하자 김 회장은 자금 횡령의 공범인 수원여객 전 재무이사 김모(42)씨를 지난해 1월 해외로 도피시켰다. 김 회장은 당시 잠적한 상태였지만 김씨에게 거액의 도피자금을 보내주고, 김씨를 다른 나라로 이동시키기 위해 전세기까지 빌렸다. 김 회장은 변호를 위해 법무법인 2곳에서 8명의 변호인단을 꾸려 대응하고 있다.
29일 중앙일보가 입수한 수원지검 산업기술범죄수사부(엄희준 부장)의 김 회장 공소장에는 이 같은 내용이 적혀 있다. 수원지검은 19일 특경법상 횡령, 범인도피, 공문서위조 및 위조공문서행사 혐의 등으로 김 회장을 구속기소했다.
‘수원여객 탈취사건’은 김 회장과 라임 사태의 또 다른 핵심 인물 이종필(42)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을 이어주는 연결고리다. 둘은 이 사건을 공모하면서 밀접한 관계로 발전했고, 라임 펀드에 모인 투자자들의 돈을 기업사냥에 활용했다. 라임 사태로 인한 투자자들의 피해액은 1조6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이틀 안에 317억 갚아라” 못 갚으면 수원여객은 김봉현 손으로
김 회장은 김씨와 라임의 이 전 부사장과 함께 S사를 배제하고, 수원여객을 인수하기로 결의한다. 돈을 빌려준 라임의 이 전 부사장이 S사에 대출원리금 317억원을 2일 안에 상환하라는 통지를 보낸 다음, S사가 이를 상환하지 못하면 라임이 지분을 확보하는 계획이었다. 라임이 지분을 인수하면 김 회장의 페이퍼컴퍼니가 그 주식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김 회장에게 넘겨줄 계획도 짰다. 이 전 부사장은 수원여객 지분을 확보하기도 전에 이에 대한 계약금 30억원을 김 회장으로부터 받았다. 하지만 S사가 이들의 예상과 달리 대출원리금 전부를 상환하면서 계획은 무산됐다.
대담한 플랜B “수원여객 자금을 빼내 수원여객을 인수하자”
이 과정에서 김씨는 수원여객 대표이사 결재나 이사회 결의 등 필요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허위 내용의 전환사채(CB) 인수계약서, 금전소비대차계약서 등의 증빙서류 13개를 임의로 만들어 총 26차례 자금을 빼돌렸다. 횡령액만 241억원에 달한다.
김봉현, 잠적 중에도 전세기 빌려 해외 도피 도와
이후 김 회장은 모바일 메신저 ‘위챗’ 등으로 김씨와 연락하며 해외도피 자금을 보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운전기사 등을 통해 김씨에게 총 7억원을 송금했다.
김씨가 다른 나라로 강제 출국돼 체포될 상황에 이르자 전세기를 보내 김씨를 마카오에서 캄보디아로 출국하는 데도 도움을 줬다. 김 회장은 중국계 항공사에 1억원을 주고 전세기를 빌렸다.
김 회장은 국내에서의 도피 생활을 위해 주민등록증도 위조했다. 경찰이 4월23일 서울 성북구의 한 게스트하우스 인근에서 김 회장을 검거할 때도 이 위조된 주민등록증을 제시하며 “자신은 김봉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정관계 로비 의혹 등 핵심 사건은 남부지검이 수사 중
강광우·이후연·정용환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