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인 점수로 합격했고, 서초동 로펌 근무경력 있습니다. 합격의 지름길을 알려드립니다. 관심 있으신 분은 연락해주세요.”
현직 변호사들이 로스쿨 학생을 대상으로 과외를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로스쿨 학생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변호사가 올린 과외 모집 글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과외 종류도 다양하다. 변호사 시험(변시) 합격을 위한 답안지 첨삭, 형사소송법 등 특정 과목 과외, 로스쿨 내신 성적 관리 위한 과외 등이다.
변호사시험 성적표 캡쳐해 올리기도
학생을 모집하기 위한 경쟁은 치열하다. ‘서울대 법대 출신’ ‘SKY 로스쿨 출신’ ‘서초동 로펌 근무’ ‘사시 2차 경험 있음’ 등 학력·이력을 상세히 늘어놓고 학생을 모집한다. 변호사들이 올린 글을 살펴보면 ‘805점을 받아 불합격했던 학생이 과외받고 925점으로 합격했다’ ‘내가 쓴 합격노트를 직접 보여주겠다’ 등의 내용이 있다. 일부는 변호사 시험 성적표를 캡쳐해 올리기도 한다. 우수한 성적을 어필하기 위해서다. ‘연락을 주면 변호사 자격증과 성적표를 인증하겠다’는 이들도 있다.
가격은 시간당 10만~20만원대다. 로스쿨 3학년 김모(27)씨는 “이력에 따라 가격대가 크게 다른 것 같진 않지만, 아무래도 서울대·서초동 로펌 출신이라고 하면 더 끌리는 게 사실”이라며 “서울대는 자신 있게 출신학교를 밝히고 나머지는 ‘인서울 미니’ ‘지거국 로스쿨’ 등으로 뭉뚱그려 표시한다”고 전했다.
“변호사 늘고, 변시 합격률은 떨어져”
A변호사는 “과외는 부업일 뿐”이라면서도 “로스쿨 도입 후 변호사 시험 합격률도 낮아지고, 변호사들의 공급도 늘어 시장이 포화되면서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게 아니겠냐”고 했다.
서울권 대형 로스쿨 출신 B변호사는 “1년에 10건 정도 과외를 하고 있다”며 “사법시험 시절엔 독학하거나 일부만 학원을 갔는데 요즘은 수험생들이 학원이나 인터넷강의는 필수로 생각하고 과외까지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변엔 아르바이트 개념으로 변호사시험 학원에서 채점 위원 등을 하는 동료들도 있다”고 귀띔했다.
“등록 변호사 수 3만명 넘어”
하지만 로스쿨이 도입된 후 변호사는 매년 약 1500~1600명씩 배출되고 있다. 지난 3월 대한변호사협회에 등록한 변호사 수는 3만명을 넘어섰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소송 건수는 점점 줄어드는데 변호사 수는 너무 많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법원행정처가 발행한 사법연감에 따르면 법원에 접수된 사건 건수는 2015년 약 2060만 건에서 꾸준히 감소해 2018년 약 1765만 건이다.
“확대해석 금물” “로스쿨생 부담 줄여야”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과외가 등장한 건 학생들의 부담이 크다는 뜻”이라며 “시험의 합격률을 총 지원자의 70%로 늘리고, 조문이나 판례까지 다 외워야 하는 선택형 과목은 없애거나 비중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