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찾은 이곳은 영업하고 있는 곳이 드물었다. 길을 따라 늘어선 상가의 유리창마다 ‘상가문의’가 붙어 있다. 1차 단지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지난해 일찍 들어와 15평 매장의 월세로 300만원을 내고 있다”며 “인근 가게들의 세가 안 나가니 월세가 100만 원대로 떨어진 데다가 예상보다 장사도 잘 안돼서 손해가 막심하다”며 한숨 쉬었다. 이 몰 바로 옆에는 스타필드 고양점이 있다. 연면적 36만4000㎡로, 축구장 50배에 달하는 크기다.
삼송, 마곡, 위례 상가 공실 심각
신도시 상업용지 비율 2~4%라지만
곳곳의 상가 비율 합치면 10%이상
코로나 팬데믹에 오프라인 상가 위기
"도시계획 용도지정 유연하게 바뀌어야"
삼송지구만의 문제가 아니다. 마곡, 위례, 하남 미사 등 신도시에 빈 상가가 넘쳐난다. “상가가 망해서 두세 차례 손바뀜이 일어나야 상가가 안정화가 된다”는 업계 속설처럼, 시간이 지나 도시가 안정되면 공실 문제가 사라질까. 결국 피해는 은퇴 분양자, 임차인들의 몫이다. 삼송동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실장의 전망 역시 비관적이다.
“상가가 너무 많고 이 일대 어디든 비어 있어요. 단지 내 상가는 수요가 예측불가능해요.”
통계 밖 숨은 상가가 더 많다.
‘e편한세상 시티 삼송’의 경우 도시지원시설용지에 지어진 오피스텔이다. 도시지원시설용지는 지역의 자족 기능 확보를 위해 물류창고·지식산업센터 등 산업시설을 건설할 수 있게 지정한 토지다.
지구단위계획에 따르면 벤처기업집적시설, 소프트웨어진흥시설, 도시형 공장 및 지식산업센터, 업무시설, 방송 통신시설이 건축 연면적의 70% 이상을 차지해야 한다. 나머지는 공급자가 건축계획을 통해 알아서 정한다. 주로 근린생활시설(상가)이 들어선다.
아파트 단지의 경우 복리시설 면적 법적 상한선이 2014년 삭제됐다. 당초 아파트 단지 내 복리시설이 가구당 6㎡를 넘지 않게 제한했었다. 하지만 당시 규제 완화의 목적으로 상한선을 없앴다. 복리시설 면적 제한이 없어진 것이다.
코로나 이후 오프라인 상가 위기 심각
상업용지 비율을 더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한 가구를 이루는 가족 수의 변화도 상가 공실에 영향을 주고 있다. 1가구당 3.5인을 가족 수로 계산해 도시의 소비액을 계산하고 있지만, 실제 가족 수는 더 줄고 있다. 더욱이 1인 가구 비중은 점차 느는 추세다.
이현석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그간 가족 수도 줄어들고 온라인 비중이 늘어나면서 상업용지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초기 사업계획에서 사업성을 좋게 보이기 위해, 매출을 부풀려 보이기 위해 상업용지 비중을 줄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용지를 공급할 때 근린생활시설은 최고가 입찰을 한다. 주택용지의 경우 공급할 때 정해진 공급가로 추첨한다.
정자동 카페거리가 좋은 본보기다. 1기 신도시인 분당이 만들어질 때 업무용지로 계획됐지만 팔리지 않았다. 결국 LH가 보유한 채 10년가량 빈 땅으로 남겨져 있다가 국토교통부에서 주상복합용지로 용도변경을 해서 팔 수 있게 됐다.
도시계획 전문가인 김현무 사이트랩 대표는 “비어 있는 10년 동안 천당 밑에 분당이라며 신도시가 안착했고 젊은 층이 유입되면서 브런치 문화, 카페 수요가 생겨나 주상복합 1층이 카페거리로 개발된 것”이라며 “도시가 들어서기 십수 년 전 계획단계에서 알 수 없었던 수요였던만큼 계획단계에서 100% 용도를 지정해 공급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신조 내외주건 대표는 “코로나 이후 산업 패턴이 확연히 바뀌고 있는 만큼 1기 신도시 수준으로만 멈춰 있던 도시계획 자체를 근본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