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국양제는 홍콩을 반환받으려는 중국이 찾아낸 묘수였다. 공산당이 지도부를 선출하는 중국과, 간선이지만 투표로 대표자를 선출하는 홍콩은 정치 체제부터 다르다. 거칠게 비유해 남한과 북한이란 서로 다른 두 체제를 한 국가로 묶어둔 것 같다. 표현의 자유를 바라보는 관점도, 집회·결사의 자유를 이해하는 방식도 차이가 있다.
두 체제가 유지돼 온 건 2047년 최종 반환이란 시간적 한계와 그 기간만큼은 자율성을 눈감아주겠다는 암묵적 합의가 전제돼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과 서방과의 균형추도 작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G2로 성장한 중국이 ‘일국’을 앞세우는 순간, ‘양제’는 언제든 모래성처럼 무너진다.
홍콩 기본법 23조는 특이한 조문이다. ‘홍콩 특별 행정구는 어떤 반역이나 분열, 반란 선동, 기밀 유출 행위도 금지하는 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지시 조항이다. 홍콩과 마카오는 중국 국가 안전법 적용의 예외 지역이었고 자체 법안을 통해 다스리도록 한 것이다. 일국양제의 ‘흔적’이다. 그러나 전인대 표결을 통과하면 중국 국가법의 영향을 받는 6개의 법을 명시한 기본법 부속서 3에 보안법이 추가된다.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방역 상황도 보안법을 밀어붙이기에 유리한 국면이라고 판단했을까. 현재 홍콩에선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사회적 거리 두기’ 방편으로 8인 초과 집회를 금지하고 있다. 어기면 최대 2만5000달러의 벌금과 6개월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지난해 200만 명의 시민들이 송환법에 반대해 거리에 쏟아져 나왔다. 경찰의 물리력으로 막기에 한계가 있었다. 충돌이 잇따랐고 폭력의 악순환은 시위의 또다른 빌미가 됐다.
보안법은 시민들을 분열시키며 홍콩 사회를 잠식하고 있다. 한쪽에선 “국가 안보의 허점을 막아 일국양제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구현하자”며 법 통과 서명이 진행되고, 다른 쪽에선 “하늘이 중국 공산당을 멸할 것”이란 반대 시민들의 분노가 터져나오고 있다. 코로나가 막을 수 있을까. 송환법은 서막에 불과할 수 있다. 홍콩 보안법, 마침내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박성훈 베이징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