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 적자 피하려면…"외환위기 트라우마 벗어나라"

중앙일보

입력 2020.05.25 17:24

수정 2020.05.25 17:30

SNS로 공유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저출생·고령화 등 인구구조의 변화로 2030년대가 되면 한국의 경상수지가 적자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고령화로 저축 여력이 감소하면 경상수지를 크게 좌우하는 상품수지가 악화할 것이라는 게 골자다.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기 위해선 그동안의 상품수지 흑자를 외환보유고(현금)에 쌓아 두지말고, 해외주식·부동산 등 수익률이 높은 대외자산에 투자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韓 고령화, 세계에서 가장 빨라

세계와 한국의 고령인구 비중.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25일 이런 내용의 '개방경제에서 인구구조 변화가 경상수지 및 대외자산 축적에 미치는 영향분석 및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1998년 이후 21년째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 중이다. 2000년 국내총생산(GDP)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은 2%였지만 지속해서 늘어나 2013년 6% 이상으로 크게 올랐고, 2017년 7.7%로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KIEP은 이 같은 경상수지 흑자가 점점 축소하다 2030~2045년께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봤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 때문이다. 한국 인구는 2024~2028년 5135만~5194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지속해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KIEP은 "2019년 중위연령(43.1세)은 이미 고소득 국가 평균보다 높고, 2040~2045년에는 일본을 넘어서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령화→저축감소→경상수지 '적자' 

세계 각국의 생산가능인구 비중과 경상수지(1975~2018년).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이 같은 고령화 추세는 경상수지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의 저축 여력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KIEP은 "투자가 일정하다고 가정하면 인구구조에서 경제활동 인구 비중이 높은 시기에는 저축 여력이 높아 경상수지 흑자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그러나 고령화로 노년부양률이 증가하면 경제 내 소비는 증가하는 반면, 저축은 감소해 경상수지 감소 혹은 적자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고령화 속도와 인구구조 변화, 국내총생산(GDP)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경상수지가 적자로 전환하는 시기는 2030~2045년경으로 관측됐다. 또 경상수지 적자 규모는 2040~2042년경 GDP 대비 3~6.4%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경상 흑자 기반으로 해외투자 나서야"

 
이에 KIEP은 향후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주식·부동산 등 적극적인 해외투자를 조언했다. 배당·이자소득 등 순대외자산에 투자해 경상수지의 다른 한 축인 소득수지를 확대하면 상품수지 감소를 상쇄할 수 있다는 의미다. KIEP은 "한국은 외환위기 트라우마로 대외자산의 상당 부분을 외환보유고에 쌓아 두고 있다"며 "이는 대외건전성 강화에 기여할 수 있지만, 수익성이 낮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KIEP은 “일본·독일 등 선진국은 순대외자산 축적을 통한 소득수지 확대를 통해 경상수지 안정에 기여하고 있다"며 "일본은 2011~2015년 상품·서비스 수지 적자에도 불구하고 소득수지 흑자에 힘입어 경상수지 흑자를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역시 ‘경상수지 흑자 → 순대외자산 증가 → 소득수지 확대’라는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증세없는 복지재정 확대 힘들어…공적연금 개혁해야

증세와 공적연금 개혁도 주문했다. KIEP은 "인구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단순히 사회보장비를 증가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만약 증세 없이 복지재정을 확대하면 정부의 재정정책 여력이 제한되고, 재정적자가 초래돼 장기적으로 성장잠재력이 저하된다"고 우려했다. KIEP은 또 "독일, 호주, 스위스 등은 2014년 공적연금지출이 2000년에 비해 감소하거나 유지되고 있다"며 "향후 인구 고령화에 따른 재정부담 압력을 해소하기 위해 사회적 합의를 통해 사회보험제도를 개편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세종=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