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오션 코스 클럽하우스. 1대1 매치플레이 이벤트 경기를 앞둔 고진영(25)과 박성현(27)이 각오를 얘기하는 사이, 클럽하우스 미디어센터 내 TV 화면에는 흥미로운 장면이 펼쳐졌다. 4년 전, 한국 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한화금융 클래식 최종 라운드에서 우승 경쟁하던 둘의 모습이었다. 당시 박성현은 고진영을 1타 차로 제치고 우승했고, 메이저급이었던 이 대회 우승을 발판으로 그해 말 상금왕, 다승왕 등을 휩쓸었다. 박성현은 “그때 감정이 생생히 기억난다. 그때가 재미있었다”며 웃었고, 고진영은 “어릴 때 아등바등 쳤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고 회상했다. 화면 속 둘은 20대 초반 앳된 모습이었다.
그로부터 4년, 둘은 그사이 여자 골프 세계 톱을 경험했다.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멈춰선 사이, 세계 1위 고진영과 3위 박성현, 둘만의 매치플레이가 펼쳐졌다. ‘현대카드 슈퍼매치 고진영vs박성현’이라는 이름으로 열린 1대1 이벤트 대결은 여자 골프에선 보기 드물게 스킨스 게임으로 열렸다. 홀마다 이긴 선수가 그 홀에 걸린 상금을 가져가고, 총 상금액에서 앞선 선수가 이기는 방식이다. 국내외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미국 골프채널은 “두 선수가 한국에서 록스타 대접을 받는다. 대단한 이벤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골프 슈퍼매치 고진영 vs 박성현
상금 5000만원씩 사이좋게 나눠
스킨은 고진영이 10대8로 앞서
무관중 경기 속 랜선 응원전 눈길
둘 다 “정상 컨디션의 50~60% 수준”이라고 말했다. 실전 감각이 떨어진 데다, 안개 끼고 바람 부는 흐린 날씨라서 정상적으로 경기를 치를 수 있을지 우려도 있었다. 기우였다. 실제로 맞부닥치니 고수들답게 엎치락뒤치락했다. 둘의 장점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박성현이 힘으로 승부를 걸었다면, 고진영은 정교함으로 맞섰다. 박성현이 첫 홀부터 5m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앞서가자, 고진영이 파3 3번 홀에서 파 퍼트로 응수했다. 고진영이 4, 5번 홀을 연이어 따내 앞서가자, 박성현은 6, 7, 8번 홀을 연이어 가져가며 뒤집었다.
실전 감각이 떨어진 탓에 가끔 퍼트 실수가 나왔지만, 승부는 경기 내내 팽팽했다. 박성현이 12번 홀(파3)에서 ‘찬스’를 쓰면서 상금 1000만원을 얹었는데, 둘 다 파로 마무리해 상금은 다음(13번) 홀로 상금이 이월됐다. 고진영이 이 홀에서 3.5m짜리 버디 퍼트를 넣으면서 단번에 2400만원을 따냈다. 박성현도 그냥 보고 있지 않았다. 박성현이 14, 15번 홀 연속 버디로 따라붙자, 고진영이 17번 홀(파3)에서 ‘찬스’를 불렀다. 이월된 상금을 더해 2600만원이 걸린 이 홀에서 박성현이 6m 내리막 버디퍼트를 성공시켰다.
18번 홀(파4)을 남기고 박성현이 5000만원으로 고진영(4000만원)에 1000만원 앞섰다. 고진영은 이 홀에서 5m 거리 버디 퍼트를 넣으면서 상금 1000만원을 가져갔다. 스킨은 고진영(10개)이 박성현(8개)보다 더 많이 가져갔지만, 이긴 홀 수는 박성현(7홀)이 고진영(6홀)보다 많았다. 화끈한 승부를 펼친 두 사람은 경기 전 바람대로 사이좋게 5000만원씩 가져갔다. 둘은 팔꿈치 악수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상금은 각자 지정한 기부처에 기부했다.
인천=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