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 비건 공격한 임종석 겨냥 “남북협력, 비핵화와 발맞춰야”

중앙일보

입력 2020.05.25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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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석. [뉴스1]

남북 관계의 독자적 진전을 내세우며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대북정책특별대표 겸임)을 비판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 대해 국무부가 “남북 협력은 비핵화에 발맞춰야 한다”고 밝혔다. 비핵화와 남북 협력을 놓고 한·미 간 긴장이 또 고조되고 있다.
 
미 국무부는 23일(현지시간) 임 전 실장 발언에 대한 미국의 소리(VOA) 질의에 “미국은 남북 협력을 지지한다”면서도 “남북 협력은 반드시 비핵화의 진전과 발을 맞춰야(lockstep) 한다”고 답했다. 이 답변은 미국 정부가 그간 항상 밝혀왔던 원칙적 표현이다. 하지만 이번엔 이례적으로 전직 대통령 비서실장이자 특정 정치인을 상대로 공식 답변을 내놨다는 점에서 외교가에선 예민하게 보고 있다.  

미국, ‘전직’ 임종석에 이례적 논평
한·미관계 또 냉각되나 우려 나와

임 전 실장은 앞서 22일 ‘창작과 비평’ 인터뷰에서 “미국에 일부 부정적인 견해가 있어도 문재인 대통령은 일을 만들고 밀고 가려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데도 국무부가 VOA에 공개 답변한 것은 남북 협력과 비핵화의 속도를 맞춰야 한다는 미국 정부의 분명한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국무부의 이번 반응은 임 전 실장이 비건 부장관을 향해 불만을 표출한 뒤 나왔다. 임 전 실장은 인터뷰에서 “2018년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가 임명됐는데 꽤 압박을 가한다. 말하자면 자기가 ‘오케이’하기 전까지 ‘올스톱’하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임 전 실장은 또 “유엔사령부도 월권을 행사하려 한다”고도 주장했다. 이 때문에 임 전 실장의 발언을 놓고 미국 국무부가 공개 대응하면서 한·미 관계가 감정적으로 냉각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임 전 실장의 공격적인 인터뷰는 그간 물밑에 있던 청와대와 미 정부 간 대북 정책 시각차를 대놓고 드러낸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정부는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이후 단행했던 대북 신규 투자 금지, 북한 선박의 우리 해역 운항 불허 등 5·24 조치의 실효성이 상실됐다고 밝혔다. 5·24 조치 10주년을 맞아 북한의 사과 없이도 남북 관계를 개선하려고 시도하는 모양새다.  
 
반면에 미국 국무부는 “남북이 합의한다면 북한 선박이 한국 측 해역을 다시 통과할 수 있다”는 지난 22일 통일부 설명에 대해 “모든 유엔 회원국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이행해야 한다”고 VOA에 답했다. 그러면서 “모든 유엔 회원국들은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준수해야 한다”고 거듭 밝혔다.  
 
황준국 전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은 “현재로선 한국이 제안하는 남북 교류 사업이 북한에도 전혀 흥미를 끌지 못하고 있다”며 “미국과 갈등을 불사하고 한국이 얻을 수 있는 게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유정·백희연 기자 uu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