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수지 26억8000만 달러 적자
전체 수출의 약 20%를 책임지는 반도체 수출액은 이달 1~10일에 전년 대비 13.4% 증가했다. 선박도 31.4% 늘었다. 하지만 자동차(-58.6%), 석유제품(-68.6%)과 같은 주력 품목의 하락 폭이 매우 큰 탓에 전체 수출은 1~10일(-46.3%) 대비 낙폭을 줄이는 데 그쳤다.
지역별 수출액도 줄줄이 내려갔다. 미국으로의 수출은 27.9% 줄었고, 유럽연합(-18.4%), 베트남(-26.5%), 일본(-22.4%)으로의 수출도 두 자릿수 하락 폭을 면치 못했다. 코로나19 확산 세가 수그러든 중국으로의 수출도 1.7% 감소했다.
'언택트'수혜 반도체…미·중 무역전쟁 변수
반도체는 코로나19 여파가 덜 미칠 품목으로 꼽혔다. 오히려 ‘비대면(언택트)’ 산업 확대에 따른 서버 및 PC 수요 증가로 수혜를 볼 수 있는 종목으로 꼽혔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코로나19가 모든 품목에 골고루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반도체는 수혜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미‧중 관계 악화라는 돌발 변수가 불거졌다. 반도체는 무역 분쟁에 가장 큰 타격을 받는 품목이다.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이 반도체 등 중간재를 중국에 많이 수출하고 중국은 수입산 중간재를 활용해 만든 완제품을 미국에 내다 많이 파는 구조”라며 “미·중 무역 전쟁으로 중국의 대미 수출길이 막히면 한국의 반도체 수출은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미 경험한 일이다. 지난해 반도체 수출은 미·중 무역전쟁 충격에 전년 대비 25.9% 급감했다.
심상렬 광운대 동북아통상학과 교수는 “적어도 향후 2~3개월까지 수출 실적이 악화할 수밖에 없다”며 “단기적으로는 수출 제조업에 대한 금융지원과 함께 장기적으로는 바이오, 원격의료 등에 대한 규제 완화를 통해 미래 수출 먹거리를 마련하는 작업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