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경기가 열린 건 지난 17일이다. 주로 해외에서 활약해 세계적으로 유명하다는 중국 전통무술 대사 마바오궈(馬保國)가 등장했다. 올해 68세의 그는 오행(五行)의 흐름에 맞춰 48개 동작을 주로 사용하는 혼원형의(渾元形意) 태극문(太極門)의 창시자라고 한다.
과거 영국에 있을 때 유럽의 격투기 챔피언 세 명과 하루 세 차례 맞붙어 모두 이겼다고 선전한다. 그에게 무술을 배우려면 한 번에 1000위안(약 17만원)인 수업을 최소 10번 이상은 들어야 한다. 최소 1만 위안 이상을 내야 한다는 이야기다.
68세 혼원형의 태극문 창시자 마바오궈
50세 격투기 애호가와 실전 벌였다가
4초 만에 쓰러지는 등 세 차례 다운
경기 시작 30초 만에 혼절, KO로 패배
“코뼈 부러뜨릴 수 있었는데 양보” 변명
중국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전통무술 대사와 격투기 애호가의 실전 경기는 그러나 싱겁게 끝났다. 경기 시작 불과 4초 만에 마바오궈가 왕칭민의 오른손 주먹을 얼굴에 맞고 쓰러졌다.
재빨리 일어났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또 한 차례 얼굴에 가격을 당해 쓰러졌다. 마 대사는 이번에도 충격이 크지 않은 듯 다시 일어섰다. 그러나 이후 왕칭민의 강한 오른손 주먹에 턱을 맞고서는 고목이 쓰러지듯이 넘어졌다.
이후 중국 언론엔 이 경기와 관련한 각종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중국 전통무술의 대가 행세를 하며 돈을 벌려는 ‘가짜 고수’가 많다는 지적이다. 수법은 크게 다섯 단계를 거친다.
네 번째 단계는 대전이다. 실제 이뤄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실력이 들통나기 때문이다. 설사 경기가 이뤄져 패하면 마지막 단계가 기다린다. “진 게 아니라 상대에 양보했다”고 하며 변명하는 것이다.
실제 마 대사가 패한 뒤 그의 변명에 해당하는 동영상이 올라왔다. “내가 상대의 코뼈를 부러뜨릴 수 있었는데 그렇게 하기에 앞서 주먹을 멈췄다. 한데 상대는 그것도 모르고 내게 주먹을 날렸다”는 내용이다.
이와 관련 중국 인터넷엔 이 경기 후 마 대사와 그의 제자가 나눈 것으로 설정한 가상의 대화가 인기다. 제자가 “상대가 대사님이 쓰러져 죽은 줄 알고 놀라 죽을 뻔했다”고 말한다. 사람을 죽여 경찰에 붙들릴 것을 우려했다는 이야기다.
그러자 마 대사가 말한다. “이게 바로 심리전이다. 상대를 때려서 죽일 필요는 없다. 그를 놀라서 죽이는 게 더 낫다. 심리전은 무술의 최고 경지다”라고 설파한다. 이에 한 중국 네티즌이 마 대사를 옹호하는 듯 조롱하는 글을 하나 올렸다.
“듣자 하니 격투기 애호가도 내상을 입었다고 한다. 100년 내엔 반드시 죽을 것이라 한다”. 실전에서도 통할 중국 전통무술의 진짜 고수 출현을 갈망하는 중국인들의 바람은 언제나 허망한 꿈으로 끝나는 모양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