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집 살아도 남이나 다름없는 아버지라서 저는 혜택을 하나도 못 받았어요. 분명 술 사 먹고, 혼자 다 쓰겠죠.”
경기도에 거주하는 A씨(25)의 말이다. 정부는 지난 4일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전 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여전히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세대주와 불화를 겪고 있는 세대원들이다. 재난지원금은 세대주에게 지원금을 지급하는 걸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세대주와 사이가 좋지 않은 가정에선 세대원에게 혜택이 돌아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A씨는 “세대주인 아버지가 긴급재난지원금 1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가족들에게 돌아오는 건 하나도 없다”며 “친구들은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외식했다거나 병원에 갔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난 박탈감만 든다”고 털어놨다.
B씨(31)도 “고민을 하다 세대주로 등록된 어머니께 내 몫 20만원 정도를 보내달라고 전화로 이야기했다가 싸우기만 했다”며 “차라리 맘 편하게 없는 돈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단순불화는 이의신청·대리수령도 애매해”
김모(28)씨는 “대신 세대원이 수령할 수 있다고 해서 알아보니 세대주가 작성한 위임장, 신분증, 도장 등이 필요했다”며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집안은 아니라 이의신청을 하기도 모호하고, 돈 내가 대신 받을 테니 위임장을 써달라고 할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다”라고 털어놨다.
“세대별 지급 아닌 개인별 지급해야”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미국 등에선 복지혜택을 세대 기준이 아닌 개개인에게 돌아가도록 하고 있고, 경기도에서도 긴급재난지원금을 개인별로 지급했다”며 “아무래도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것이다 보니 행정 편의상 세대별로 지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시대가 변하면서 가족의 개념도 변하고 있다”며 “의무부양자 제도 폐지의 목소리도 높은 만큼 복지혜택이 가구 단위가 아닌 개인별로 지급하는 방식으로 변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