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을 서울 마포구 이 감독 자택에서 만났다. 이번 영화에 화자로 나선 이 감독의 고양이 ‘레니’도 함께했다. 영화 제작진도 고양이에 흠뻑 빠진 집사들이다.
조은성 PD·이희섭 감독 합작품
고양이에 빠진 집사들 사연 담아
“우리 사회는 자기 불편하고 싫어하면 없애려고 하는 주의잖아요. 압구정 모 아파트에서 길고양이를 지하실에 가둬 굶겨 죽인 사건도 있었죠. 이걸 보고 자란 아이들이 만들 세상이 너무 끔찍한 거예요. 독일속담에 고양이가 없는 마을은 조심해라, 하는 것처럼요.”
그는 2016년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일본 촬영을 끝낼 즈음 현지에서 데뷔작 ‘대관람차’ 촬영지를 헌팅 중이던 이 감독을 만났다. 둘은 고양이 마을을 추진한 춘천 효자마을부터 성남, 노량진, 부산 청사포, 파주 헤이리마을까지 고양이와 집사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갔다. ‘묘연(猫緣)’이 닿은 고양이들도 각양각색. 바이올린 가게 아저씨의 일편단심 바라기 ‘레드’, 그런 레드를 좋아하는 동네 싸움꾼 ‘조폭이’, 목줄에 묶여 살다 낯선 사람의 학대 후 탈출한 ‘이쁜이’….
“외할머니가 춘천에서 식당을 하셨는데 고양이를 키우셨어요. 새끼 때 눈을 보는데 우주를 보는 느낌이었어요.” 조 PD가 고양이와 첫사랑에 빠졌던 순간이다.
다큐는 처음인 그는 “오히려 사람 집사들은 행복해 보이지 않아서 힘들었다”고 했다. 한 달에 자비 200만~300만원씩 들여, 동네 길고양이 도시락을 배달하는 춘천의 중국집 사장님은 반대하는 이웃과 부딪히며 하소연한다. “내가 없는 고양이 불러다 밥 먹인 것도 아니고 원래 있던 앤데.”
“어릴 적 문경 시골집에 몸 녹이러 오던 고양이와 친해지며 마음을 쓰게 됐다”는 이 감독은 스무 살 때 서울에 와 혼자 살면서 정식 ‘집사’가 됐다. 그는 “영화를 보고 저들이 고양이를 사랑하는 이유가 뭔지 이해해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