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최모(31)씨는 지난해 가을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만기가 찾아와 이를 가입했던 주거래은행에 갔다. 목돈을 어떻게 굴릴지 몰라 창구 직원과 상담을 했다. 최씨는 "직원에게 '예금을 하는 것이 좋겠느냐' 물으니 펀드 상품들을 보여주더라"면서 "봐도 잘 모르겠어서 직원이 '안전하면서도 일반 예금보다 수익률이 높다'고 한 상품 두 개에 가입했다"고 한다. 직장 일로 바쁜 최씨는 이후 운용보고서가 발행되는지도 모를 정도로 투자에 대해 완전히 잊고 있었다. 얼마 전 펀드 수익률이 -5%, -20%까지 내려갔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을 때까지 말이다.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이 18일 발표한 '2019 펀드 투자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인 세 명 중 한 명이 펀드에 투자하고 있지만,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비교·검토하며 투자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재단이 성인 2530명을 상대로 온라인·오프라인 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35.4%가 현재 펀드에 투자중이었다. 이 투자자들의 투자 목적, 가입 행태, 투자 이후 행태를 종합해보면 일반적인 투자자의 모습은 이렇다.
노후준비(23.1%)를 이유로 펀드에 투자했으며, 앞으로도 펀드 투자를 계속할 것(84.2%)이다. 은행에서(47.3%), 판매직원의 권유로(34.2%) 투자하게 됐다. 판매사를 선택한 이유는 주거래 금융기관이라서다(24.4%). 펀드를 미리 선택하기보다는 판매사에 방문한 뒤에 선택했다(61.8%). 투자 이후 펀드의 수익률은 확인하지만(97.1%) 운용보고서는 받고도 읽지 않았는데(55.1%), 왜냐하면 정보가 이해하기 어려워서다(36%).
타인 계기로 투자 61%…판매직원 의존 높아
문제는 판매직원이 신뢰할만한 대상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판매사에 직접 방문해 투자한 사람 중 투자자정보 확인이나 투자성향 진단을 하지 않았다는 비율이 21.2%에 달했다. 투자성향 진단을 받은 경우라도 자신의 성향과 관계없는 상품을 권유받거나(22.5%), 권유하려는 상품에 맞게 결과가 나오도록 유도당했다(14.9%)는 응답자도 있었다.
투자성향 진단 않기도…"불완전판매에 노출"
금융이해력 높여야…너무 어려운 보고서도 문제
권순채 책임연구원은 "일반투자자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운용보고서 내용이나 금융 용어를 쉽게 표현할 방법을 강구하고, 장기적으로는 투자자들의 금융이해력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요즘은 정보 비대칭이 많이 해소되고 운용사가 보고서 등을 통해 충분히 정보를 주고 있다"면서 "현실적으로 보고서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까지 너무 많이 펀드 투자에 뛰어들고 있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