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 “적용하라”는 ‘범죄단체조직죄’는
검찰의 ‘딜레마’…이유는?
‘범죄단체’로 묶이기 때문에 범죄 수익을 폭넓게 환수하기도 용이하다. ‘유료회원’도 엄벌해달라는 여론이 들끓자 앞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n번방 적극 관여자에 대해선 범죄단체조직죄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검찰 ‘만지작’ 이유는
‘박사방’은 조씨를 중심으로 한 공범들의 역할이 자주 바뀐다. 수없이 생겼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성착취물 공유 텔레그램 방의 특성상 범죄단체조직죄 성립의 조건이 되는 ‘시간적 계속성’도 뚜렷하지 않다. 조씨 측도 “그때그때 필요한 사람에게 심부름을 시켰다”는 입장이다. 연속적인 지휘‧통솔 체계를 부인한 것이다.
범죄단체조직죄는 당시 횡행하던 조직폭력배 엄단을 염두에 두고 1953년에 제정됐다. 폭력을 휘두르는 것은 말단 행동대원이지만, 그 폭력의 배후에는 ‘수괴(두목)'이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것이다.
무리하게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했다가 범죄단체조직죄에 대한 무죄가 확정돼 형이 대폭 깎일 수 있다는 것도 검찰의 위험 부담 요소 중 하나다. 여론에 등 떠밀려 무리한 법리를 적용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
범죄 수익 환수 측면에서도 사실상 실익이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범죄단체조직죄가 아닌 아동청소년법으로도 박사방 범죄 수익 환수는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범죄단체조직죄 적용을 놓고 검찰 내에서도 이견이 많았다고 한다.
‘유기적 결합체’…檢 ‘범죄집단’ 판단
검찰은 ‘유기적 결합체’인 박사방에 대해 범죄단체 대신 ‘범죄집단’ 적용을 염두에 둔다. 수괴부터 간부와 구성원으로 이어지는 지휘·통솔 체계와 연속성이 입증돼야 하는 ‘단체’에 비해 ‘집단’은 구성 요건이 다소 느슨하다는 판단에서다.
‘범죄집단’에 따른 범죄단체조직죄 역시 학설이나 판결의 부가설명으로만 등장했을 뿐,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은 선례가 전혀 없다는 점은 난관이다. 특히 범죄단체조직죄 자체가 대법원까지 다툴 만큼 이견이 분분한 법리인데다 ‘디지털 집단 성범죄’에는 처음 적용되는 것이라 공소 유지가 극히 까다로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검찰 수사 상황은
현재 검찰이 판단하고 있는 범죄단체 적용 범위는 36명 안팎이다. 검찰은 이들이 단순 유료회원이 아닌 성착취 영상물 제작·유포에 공조하며 필요한 자금을 지급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중에 현재까지 실제 인적사항이 특정된 사람은 18여명이라고 한다.
이에 검찰과 경찰은 텔레그램 대화 내용 및 암호화폐 입금 내역을 바탕으로 이름·주민번호 등 실제 인적 사항을 추적하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박사방에 대한 가담도가 높은 자를 특정하면 범죄단체조직죄 적용도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며 “이들에 대해서는 시간적 계속성도 인정될 여지가 크고 이에 따라 범죄 수익 환수도 더 폭넓게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