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검찰의 강아지” 진술 거래 주장 담긴 비망록
한씨는 비망록에 “한 총리가 아닌 한나라당 친박계 의원에게 돈을 준 사실을 검찰에 진술했지만 검찰이 덮었다”고 적었다. 자신이 검찰 진술에 협조하게 된 계기도 썼다. 한씨는 비망록에 “총리 유죄만 나오면 재기할 수 있게, 증언 이후 며칠 안으로 출소할 수 있게 돕겠다”고 검찰이 말했다는 내용을 적었다. 한씨 주장에 따르면 검찰이 한씨에게 진술 거래를 제안했고 자신은 이에 응했다는 것이다.
한씨는 2010년 4월부터 12월까지 70차례가 넘는 검찰 조사를 받았다. 한씨 비망록에 따르면 검찰은 재판에서 핵심 증인으로 설 한씨에게 질의응답을 연습시켰다고 한다. 한씨는 “검찰 진술 조서 제공해주고 구치소에서 공부하라며 매주 불러서 ‘시험 본다’고 테스트했다”고 썼다. 한씨는 자신을 검찰의 안내에 따르는 ‘강아지’로 표현하기도 했다.
9년 전에도 이미 ‘비망록’ 논란
당시 한씨의 변호사가 최강욱 변호사(현 열린민주당 대표)다. 최 변호사는 당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씨의 비망록을 언급했다. 최 변호사는 9년 전인 지난 2011년 인터뷰에서 “비망록에는 그동안 검찰이 한씨에게 무엇을 요구했고, 어떻게 사실을 왜곡하고 자신을 회유하고 협박했는지 과정이 상세히 적혀있다”고 주장했다.
‘정치검찰’ 주장에 ‘한명숙 무죄 군불 떼기냐’
한 전 총리는 1심에서 무죄를 받았지만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고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확정됐다.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한씨 비망록에 적힌 검찰 조사 내용, 검찰 조서는 1, 2, 3심에서 모두 인정됐다”고 말했다. 한씨 주장대로 회유 협박 있었다면 한씨의 검찰 진술에 임의성이 없어 증거능력이 부정됐을 거란 취지다. 그는 “한씨의 진술 외에도 한 전 총리가 받은 9억 원에 대한 자금원이 추정됐고, 자금을 조성한 직원의 법정 진술도 있었다”며 “진술이 번복됐는데 물증이 없었다면 어떻게 유죄를 받았겠느냐”라고 말했다.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한 전 총리의 동생이 한씨가 발행한 자기앞수표 1억원을 전세 자금으로 쓴 사실이 물증”이라고 말했다. 한 현직검사는 이를 둘러싼 논란을 두고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재심이나 사면을 염두에 두고 무죄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군불 떼기'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평했다.
재소환된 비망록, 사법판단은 어땠나
검사가 한씨 부모를 겁박했다는 비망록 내용도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위증 혐의를 조사하며 한씨의 부모가 진술 번복에 관여한 사실이 확인돼 경위를 확인한 것”이라고 사실관계를 설명했다. 당시 수사팀은 한씨 부모를 조사한 자료를 법정에 증거로 내 법원 판단을 받았고, 한씨는 위증 혐의로 징역 2년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이수정ㆍ김수민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