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고3의 다음 주 수요일(20일) 등교수업 연기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추가 등교 연기에 선을 그었다. 수능 연기나 '9월 학기제'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이런 입장을 고수하는 건 등교가 더 늦어질 경우 대입 일정이 모두 꼬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박 차관은 "고3은 여러 일정 때문에도 그렇고 등교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많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교육감들 "등교·수능 연기, 9월 학기제 논의해야"
반면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의 확산 지역인 수도권의 교육감들은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14일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한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교육을 담당하는 입장에서 (등교를 앞둔 상황이) 우려된다"면서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9월 학기제를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9월 학기제'는 미국·유럽처럼 새 학년을 가을에 시작하는 제도다.
이 교육감과 함께 TV토론에서 참여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9월 학기제 논의에 찬성 의견을 밝히면서 고 3학생들의 등교는 "주말 동안 상황을 지켜보면서 판단하자"고 했다. 앞서 JTBC의 뉴스룸에 출연한 조 교육감은 "대구는 지금 반을 홀짝으로 나눠서 등교한다"며 서울 학생의 등교 형태도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9월 학기제를 언급한 건 사실상 이번 학기에 중간·기말고사를 모두 치르지 못할 수 있다는 걸 가정한 얘기"라면서 "원격수업으로 만족도도 낮고, 학사운영도 파행됐기 때문에 9월에 다시 1학기를 시작할 수도 있다는 구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역마다 교육감 사이의 온도 차가 뚜렷하다. 최근 학원 강사를 시작으로 3차 감염이 확인된 인천시의 도성훈 교육감은 지난 13일 "개인적으로 등교를 늦춰야 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15일 기준 확진자가 0명인 전북의 김승환 교육감은 "(돌봄) 아이들의 숫자가 계속 늘어 사실상 개학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개학 필요성을 강조했다.
선출직 공무원인 교육감의 특성상 지역 여론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는 설명도 나온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선거로 선출되는 교육감으로선 학부모의 민심을 신경 써야 한다. 학부모의 우려가 크기 상황에선 모든 대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도교육청에선 교육부에 대한 불만도 나오고 있다. 소속을 밝히기 꺼린 한 교육청 관계자는 이날 "어제 고3 등교를 강행하겠다는 교육부의 발표 내용을 듣고 '민심과 멀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등교 기준이 뭔지 가이드라인을 주는 정도로 생각했는데, 아예 못 박는 듯한 발표에 일선 학교운영을 맡고 있는 교육청 입장에선 무척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교육부와 일부 교육청이 등교를 두고 이견을 보이는 가운데 상당수 방역 전문가들은 연기 필요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기모란(국립암센터 교수) 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19 대책위원장은 "이태원 클럽 발 확산 이후에는 고3의 생활 방역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방역의 관점에서 볼 때 1~2달 이내에 등교 개학은 무리"라고 말했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