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회계가 열악한 이유
소규모 시민단체 사정은 류 씨가 밝힌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을 듯하다. 현장 활동가 한 명 구하기도 어려운 마당에 회계 전문 인력을 둔다는 건, 입에 풀칠도 어려운 집에 자산관리 컨설팅을 받으란 얘기처럼 버겁다. 그래서 최근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부실 회계 논란을 놓고 시민단체에 너무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 아니냐는 반론이 제기되는 것도 이해 못 할 일은 아니다.
세금 수조원 지원받고 투명성은 무시?
정의연을 보자. 이 단체가 지난해 받은 기부금은 8억2500만원에 달한다. 여성가족부로부터는 지난 2017년부터 총 15억여원의 보조금 예산을 배정받았다.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국가 보조금은 납세자들이 낸 '혈세'이기도 하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공익법인에는 각종 법인세·부가가치세 등의 면제 혜택이 주어진다"며 "사회적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에 사용 내역도 투명하게 공개돼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부금을 썼다고 밝힌 내용도 논란거리였다. 정의연은 2018년 기부금 모집·사용명세 보고서에서 기부금 모집액 6억3500만원 중 국제·남북 연대사업 등에 2억665만원을 썼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위안부 피해자 지원에는 2238만원만 썼다. 이는 홍보물 제작, 홈페이지 관리 등 기획·홍보사업에 쓴 돈 5538만원보다도 적은 액수다.
이 같은 정의연 지출 내용을 보면 혁명 전 프랑스 절대왕정 회계장부를 연상케 한다. 당시 재무총감 네케르가 공개한 장부에는 왕정의 총지출액 2억5000만 리브르 중 무주택 빈민층에는 고작 90만 리브르를 쓴 내역이 나온다. 이 회계장부가 파리의 시민들을 분노케 한 것처럼, '후원금이 어디 쓰였는지 모른다'는 이용수 할머니의 분노도 정의연 회계 보고서를 보면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회계 투명성 논란, 시민운동 '성장통'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