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도 같은 맥줏집서 ‘후원의 밤’
하지만 후원의 밤 행사 개최 여부를 국세청 홈택스에서 확인할 방법은 없다. 정의연이 국세청에 신고한 19년 ‘기부금품의 모집 및 지출 명세서’에서 행사 지출내역을 공개하지 않아서다. 정의연 명세서에 따르면 19년 지출내역은 총 12건이다. 전년도 공시보다 지출내역 확인이 더 까다로워졌다. ‘디오브루잉주식회사(옥토버훼스트 운영자)’처럼 지급처명을 공개한 18년과 달리 19년에는 ‘김**’ ‘전**’식으로 비식별 처리해 신고했다. 지출목적도 18년에는 ‘모금사업’ ‘홍보사업’ ‘연구조사사업비’ 등으로 명시했지만 19년에는 구분 코드만 적었다.
명세서에서 확인 가능한 지출목적은 ‘장학(11)’ ‘학술(12)’ ‘문화(14)’ ‘인건비(31)’ ‘기타(15·33)’ 다. 참여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을 지낸 김경율 회계사(경제민주주의21 대표)는 “분류 코드만을 놓고 봤을 때 옥토버훼스트에서 사용한 지출은 ‘기타’에 포함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의연은 18년에 같은 맥줏집에서 연 후원의 밤 행사는 대표 지급처로 ‘디오브루잉주식회사’(옥토버훼스트 운영자)를 명시해 3300여만원을 썼다고 공시했다.
‘기타’ 묶인 지출액만 5억여원
정의연은 “코드 특정이 가능한 장학사업을 제외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정의연의 모든 사업비용 지출은 기타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세청 지침에 따르면 100만원 넘게 지출하는 경우 단체명과 지급 목적, 수혜 인원, 금액 등을 별도로 적어야 한다. 불특정 다수에게 지급하는 경우라도 지출사유를 간략히 기재해야 한다. 기타로 뭉뚱그려 회계 처리하는 건 국세청 지침 위반이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대 교수(전 한국회계학회장)는 “숨기려는 게 있기 때문에 성명이나 단체명을 알 수 없도록 애매하게 공시한 것 아닌가 추정한다”며 “누구에게 기부금을 지출했는지 알 수 없도록 공시하는 것은 정상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5억에 달하는 ‘기타’ 항목이 기부금 지출내역을 분류하지 않고 뭉뚱그려 공시한 것이기 때문에 18년 공시보다 19년 공시가 더 문제가 많다”고 덧붙였다. 국세청은 정의연에 재공시 명령을 내릴 방침이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