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상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문학 평론가, 대학교수, 언론사 논설위원, 문화부 장관의 이력을 가진 이 전 장관은 “한국의 살아갈 길이 한때는 모방이었지만 이제는 우리 머리로 창조하는 것”이라고 했다. “남 뒤통수를 따라갈 땐 뛰면 된다. 그런데 앞장서면 벌판이 360도로 펼쳐진다. 가장 필요한 게 생각하는 사람, 국가와 역사에 대한 비전이다.”
암 선고 받고도 집필활동 계속
올 2월 『한국인 이야기』 첫 출간
“젊은 수상자들이 중심이 돼야”
이 전 장관의 이력은 그 자체로 한국 문화사의 한 장면이다. 1956년 평론 ‘우상의 파괴’로 문단을 뒤흔들고 김동리·황순원·서정주 등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후 문화 예술의 자율성을 강조하며 문학이 사회 비판의 무기로 사용되는 것을 경계해 순수-참여 논쟁을 촉발했다.
이후 60여년간 소설, 문학비평, 에세이 등으로 남긴 저작 130여 종은 한국인의 현재를 진단하며 문화적 실천을 제시했다. 20대엔 한국의 산업화에 대한 책 『흙 속에 저 바람 속에』를 썼고 산업화 이후 정보화에 주목해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는 슬로건을 제안했다. 정보화 이후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융합, ‘디지로그’를 선언했다. 인류의 인간적 미래를 보자는 제안이었다.
영역엔 제한이 없었다. 1988년 올림픽 개막식을 총지휘해 전 세계에 한국의 이미지를 남긴 굴렁쇠 소년, 노래 ‘손에 손잡고’를 탄생시켰다. 90년 문화부의 초대 장관이 돼 91년까지 재임했다.
올 2월 『한국인 이야기』 중 첫 책을 출간, 한국 문화유산의 기원을 짚어냈다. 암 선고를 받고도 집필하며 낸 이 시리즈는 총 12권으로 예정돼 있다. 항암 치료를 받지 않고 건강 체크만 하며 지낸다. 죽음을 대하는 태도까지 사람들에게 삶의 의미를 성찰할 기회를 주는 그는 20세기 한국 지성사와 문화사를 대표한다.
이번 수상에 대해 이 전 장관은 “나 말고 젊은 수상자들이 중심이 되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 “상을 만들 때부터 젊은 사람들, 상을 타 본 적 없는 사람들을 발굴해야 한다고 했는데 특별상을 내가 받으니 젊은이들의 발걸음을 뺏는 기분이다.” 이 전 장관은 “건강이 안 좋아져 숨이 가쁘고 목소리가 안 나온다”고 했지만 “창조의 정신에 대해서는 꼭 강조해달라”고 덧붙였다.
◆이어령(1934년생)
1960~72년 서울신문, 한국일보, 경향신문, 중앙일보 논설위원, 1972~85년 문학사상사 주간, 1990~91년 제1대 문화부 장관, 1995~2001년 이화여대 석좌교수, 2001~2015년 중앙일보 고문, 1994~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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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