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부문 고선웅 연극연출가
1968년 경기도 여주에서 태어난 고선웅은 시문학반 활동에 몰두하며 고교 시절을 보냈다. 대학 시절 연극 동아리에서 배우와 연출·극작 활동을 고루 접했다. 직장(광고회사)생활은 5년을 못 채웠다. 그는 “퇴사 후 1년 반 정도 한 달에 한 편꼴로 대본을 썼고, 그때 쓴 작품이 두고두고 밑천이 됐다”고 밝혔다.
비극적인 소재도 웃음으로 변주
연극·창극·뮤지컬·오페라 망라
“꾸준히 변화·발전하라는 채찍”
고선웅의 소신은 “쉽고 편안하고 단순한데 감동이 있는 작품이 좋은 작품”이라는 것이다. 비극적 소재도 웃음으로 버무린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한 연극 ‘푸르른 날에’ 등에선 슬픔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애이불비(哀而不悲)’의 정서가 두드러진다. 고전의 해학미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풀어낸 그의 첫 창극 작품 ‘변강쇠 점찍고 옹녀’는 2016년 프랑스 파리 테아트르 드 라 빌 무대에서 파리지앵들의 기립 박수를 받았다.
그는 원작을 비틀고 해체해 재탄생시키는데 능하다. 셰익스피어의 ‘맥베스’와 ‘리어왕’은 무협액션극 ‘칼로막베스’와 오락비극 ‘리어외전’으로 탈바꿈시켰다. 특히 중국 원나라 작가 기군상의 고전을 각색한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등은 특유의 압축적 구성과 맛깔난 대사로 동시대적 메시지를 끌어냈다는 평을 얻었다.
코로나19 확산 속에서도 그의 공연 일정은 이어진다.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이머시브 연극 ‘나는 광주에 없었다’(12∼18일)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오페라 ‘1945’(15, 16일) 갈라 공연을, 6월엔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을 무대에 올린다. 그가 보내온 수상 소감 일부분만 봐도 단어 하나하나 갈고닦아 빚어내는 그의 작품 세계가 보인다.
“(…) 연극은 응용과 조화의 작업입니다. 그것이 절묘하면 창조적인 시추에이션이 더러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혼자서는 불가능하지만, 협업이라서 가능한 승화가 일어나게 되지요. 꽤 물리적인 작업이지만 화학적인 변이가 일어난 듯 환희가 밀려올 때가 있습니다. (…)”
그는 “꾸준히 변화하고 발전하라는 뜻이 담겼다”고 생각하며 “당돌하지만, 감격스럽게 창조인상을 받기로 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 고선웅(1968년생)
조선대부속고,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경기도립극단 예술감독(2010∼2014), 동아연극상(2010, 2015), 대한민국연극대상(2011), 차범석희곡상(2014), 이해랑연극상(2019), 2018년 평창 동계패럴림픽 개·폐회식 총연출, 현재 극공작소 마방진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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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