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비만 2000만원 넘고 장애 등록된다니 참 남들에게 ‘머슴’한테 가슴 맞아 넘어져서 수술해야 하는 등 무슨 망신인지…”
서울 강북구 우이동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A씨가 지난 4일 경비원 최모씨에게 보낸 문자다. 이 문자를 받은 최씨는 10일 ‘억울하다’는 메모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최씨는 지난달 21일 주차문제로 A씨와 시비가 붙은 후 지속적인 폭행·폭언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입원한 경비원에게 장애 진단받았다고 협박”
아파트 입주민 황모(48)씨는 “지난 3일 아파트가 소란스러워 나와보니 입주민 A씨가 경비원에서 고성을 지르고 있었다”며 “이 장면을 목격한 입주민들이 도움을 주기 위해 달려가자 경비원은 주민들 뒤로 몸을 숨기며 ‘저는 여기 계속 일하고 싶습니다’ ‘딸과 먹고살게 해주세요’라는 말을 반복했다”고 전했다.
“장례식장 썰렁…가해자 안 나타나”
최씨를 추모하기 위한 움직임은 이어지고 있다. 해당 아파트 주민들은 10일 최씨가 근무하던 경비실 앞에 분향소를 차렸다. 다음날 오후엔 촛불 추모식을 갖기도 했다. 해당 아파트관계자는 “입주민이 아닌 사람들도 기사를 보고 최씨를 추모하러 오고 있다”고 전했다.
‘억울함 풀자’…국민청원 29만여명 참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민주 일반연맹과 진보정당 등 여러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만든 ‘고(故) 최OO 경비노동자 추모모임’은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경비 노동자의 죽음은 개인의 비관이 아닌 사회적 타살”이라며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했다.
가해자로 알려진 A씨에게 입장을 묻자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며 “지금은 고인의 명복을 빌 뿐 다른 말은 할 수 없음을 양해해달라”고 답했다.
서울 강북경찰서는 지난달 28일 A씨를 상해·폭행·협박 등 혐의로 입건했다. 11일 A씨의 출국금지 조치도 내렸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주 중으로 해당 주민을 소환 조사할 예정”이라며 “조사 후 신병확보 필요성에 따라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