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여 성향 군소정당들이 12일 새 지도부 체제를 구성했다. 이날 열린민주당은 당 대표로 최강욱 비례대표 당선인(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선출했으며 정의당은 배진교 비례대표 당선인을 원내대표로 선임했다. 각각 3석(열린민주당)과 6석(정의당)으로 21대 국회를 맞게 된 두 당은 입지 강화의 과제를 안은 채 전열 정비에 한창이다.
최강욱 체제 출범한 열린민주당
열린민주당은 한때 더불어시민당과 합당해 독자 교섭단체 구성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더불어시민당의 모(母)정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통합을 결정하면서 독자 생존이 불가피해졌다. 민주당은 이날 당 중앙위원회 투표를 통해 더불어시민당과의 합당을 가결했다.
“문재인 정부 새 역사를 완성하겠다”고 외쳐 온 최 대표는 취임 일성에서도 개혁을 강조했다. 최 대표는 “큰 함선을 이끌고 모든 바다를 항해할 순 없지만 저희가 쏘아올린 빛이 한국 역사에 의미 있는 성과를 남기는 '등대정당'이 되겠다”며 “국회 정치를 바꾸고 검찰을 바꾸고 언론을 바꾸라는 중요한 사명을 안겨주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국 전 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증명서를 발급해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그런 최강욱 대표 체제가 되면서 열린민주당의 ‘친조국 반검찰’ 색채는 더욱 강화됐다는 게 정치권의 평가다.
관심사는 4·15 총선 과정에서 '민주당의 의병'을 자처했던 열린민주당의 향후 진로다. 총선 전에는 잘만 하면 21대 국회에서 민주당의 진보·개혁 노선을 ‘견인’ 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있었지만 총선에서 ‘유의미한’ 성적을 거두는 데 실패함에 따라 거대 양당 틈바구니 속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가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 많다.
‘포스트 심상정’ 없는 정의당의 고민
배 원내대표는 이날 수락 연설에서 “정의당에 보내준 10% 지지는 촛불이 원하는 나라를 만드는 데 함께 하라는 뜻”이라며 “비록 교섭단체는 안됐으나 여전히 일당백 실력을 갖춘 정의당 6명 의원은 국회를 넘어 시민을 향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총회는 정의당의 현주소를 드러낸 자리이기도 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당의 비전과 치열한 경선을 통해서 원내대표가 선출되길 바랐다”며 “원내대표를 만장일치로 추대한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당내 인물이 부족한 현실을 아쉬워하며 한 얘기였다.
인물난뿐만이 아니다. 정의당의 더 큰 고민은 ‘포스트 심상정의 부재’다. 20대 국회 때도 '심상정 1인 정당'이라는 얘기를 들어온 정의당은 당내 현역들이 줄줄이 낙마하며 이런 경향이 심화됐다. 정치권 관계자는 “지난해 말 패스트트랙 처리 과정에서 심 대표의 리더십에 균열이 난 상황이지만 마땅한 대안도 없기 때문에 이 체제를 끌고 가는 상황”이라며 “슈퍼 여당과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일단 정의당 스스로 당내 체질을 강화하는 과제가 우선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당은 이날 신임 원내수석부대표에 강은미 당선인, 원내부대표에는 비례대표 류호정ㆍ장혜영ㆍ이은주 당선인을 임명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