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는 8일 이사회를 열어 물류 자회사 설립 안건을 가결했다. 현대차그룹의 현대글로비스, 삼성의 삼성전자로지텍, LG의 판토스처럼 물류 업무를 총괄하는 자회사를 만들어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포스코그룹의 물류 업무는 포스코인터내셔널과 포스코터미날 등으로 흩어져 있다.
당장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 등 해운 업계가 계획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연합회는 ‘‘해양·해운·항만·물류산업 50만 해양가족 청원서’를 청와대에 제출했다.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선원노련)도 성명에서 "포스코는 물류비용 절감 등을 명분으로 내세우겠지만, 비용 절감은 곧 차별과 착취, 노동환경 악화를 수반한다"고 주장했다.
“가만히 앉아 통행세 받겠다는 것”
포스코는 1년에 철광석 등 제철원료 8000만t을 수입하고, 철강제품 2000만t을 수출하는 초대형 화주다. 전자상거래가 활성화하기 이전엔 표준 운임 산정에 영향을 미칠 정도였다. 결국 철강업과 해운업 모두 어려운 상황에서 포스코가 물류 자회사 카드를 꺼내들자 갈등이 폭발한 셈이다.
해운업계 반발에 포스코 측은 “그룹 내 여러 접점에서 관리하는 계약관리 기능을 일원화하는 것으로 해운업·운송업 진출과 무관하다”며 “일각에서 주장하는 통행세나 물류 생태계 황폐화는 근거없는 억측”이라며 선을 그었다. 또 “운송사·선사·하역사 등 기존 거래 상대방과의 계약 및 거래구조는 변동이 없다”며 “특히 장기 전용선 계약을 비롯한 여러 물류 협력사와의 기존 계약을 유지하고 국내 물류업계와 상생관계를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오경 인하대 아태물류학부 교수는 “포스코의 물류 자회사가 운임만 취하느냐, 포스코의 글로벌 역량을 활용해 물류 업계에 혁신을 가져오느냐가 관건”이라며 “해외에선 곧바로 물류 자회사를 만들기보다 역량있는 물류기업들과 합작법인을 만드는 등 상생하는 사례가 있어 왔다”고 말했다. 이어 “물류 자회사는 시장에 영향이 크기 때문에 단기 처방이 아닌 장기적∙전략적 관점에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