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5월호’에 따르면 1분기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는 45조3000억원 적자를 냈다.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최대다. 여기에 국민연금·고용보험 등 4대 보장성 기금을 제외해 정부의 순(純)재정 상황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도 55조3000억원 적자로 사상 최대였다. 두 지표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적자 폭이 2배 이상(각각 2.6배·2.2배) 커졌다.
경기 살리려고 지출 27조 늘렸지만
세수는 줄어 나랏빚 35조나 늘어
정부, 30조 규모 3차 추경까지 예고
여권, 재정건전성 악화에도 낙관론
하지만 정부 수입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국세 수입(69조5000억원)은 같은 기간 8조5000억원 감소했다. 특히 1분기 기업으로부터 거둬들이는 법인세 수입(15조4000억원)이 지난해보다 6조8000억원이나 줄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반도체 업황 부진 등 기업 실적이 부진한 데다 코로나19로 특별재난지역 내 법인세(1~3개월분)와 수입사의 부가가치세·관세 등을 유예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나라 살림 악화는 나랏빚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3월 말 기준 국가채무는 763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불과 3개월 새 34조8000억원이나 증가했다.
문제는 이 같은 추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기 위한 2차 추가경정예산 12조2000억원이 편성된 데 이어, 3차 추경이 예고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와 여당 안팎에서는 3차 추경 규모가 30조원 이상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수입 측면에서도 코로나19 영향이 본격화한 4월부터 소비 위축과 가계소득 감소 등이 반영되면 부진할 가능성이 크다. 나라 곳간이 점점 비어가는 구조다.
이처럼 한국의 재정건전성은 급격히 악화하고 있지만 청와대와 정부, 여당에서는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재정건전성이 좋은 편이기 때문에 나랏빚을 더 내도 괜찮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 피해를 감안하면 추가적인 확장재정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국가 신용등급을 낮추고, 앞으로 다가올 고령화·저성장 시대에 대응 여력을 줄여 한국 경제에 더 큰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영향으로 경제성장률이 곤두박질치면 세수 감소로 재정적자는 예상보다 큰 폭으로 불어날 수 있다”며 “앞으로 각종 위기 상황 때마다 확장적 재정 요구가 빗발칠 텐데, 다음 정부와 미래 세대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